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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정벌레 Feb 26. 2024

'간결함'이란 고민

요즘 머릿 속을 지배하는 그것

지난 한주 내내 머릿 속을 사로잡는 고민이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 작업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안도할만한 개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한동안 마음을 계속 옥죄지 않을까. 고민만으로도 길고 복잡했던 한주가 지나고 새로운 한주를 앞둔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다만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면 일단 신체 건강부터 잘 유지해야 한다. 지지난 목요일 작은 수술 이후 매일 주사를 맞고 끼니마다 약을 챙겨 먹는데 육체 피로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 몸이 힘들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나 싶고.

회사 뉴스레터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처음 뉴스레터 편집자 업무를 맡았을 때 내가 참고 사례로 많이 본 건 IT 뉴스레터였다. 미디어나 IT 기업, 콘텐츠 서비스에서 운영하는 IT 뉴스레터. 브랜딩보다 콘텐츠 전달에 방점을 둔 뉴스레터였는데 지금 돌아보니 내용이 길었다. 뉴스레터 전용 아티클도 있는데 아티클 특성상 분량이 많았고 스크롤을 엄청 내렸다. 콘텐츠를 요약해서 소개하는 뉴스레터도 있긴 했다. 그런 뉴스레터도 내용이 길었다. 소개하는 콘텐츠 수도 많고, 뉴스레터가 독자와 1:1 관계 형성이 중요해선지 몰라도 딱딱하고 건조한 내용을 부드러운 문투로 덜 어렵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회사 뉴스레터도 콘텐츠 소개 중심으로 이뤄져 있던터라 참고 사례로 이런 뉴스레터를 주로 참조했다. 업계에서 인지도도 높고, 인기 있는데다 잘 만든 뉴스레터로 꼽히기에 좋은 사례라고 생각했다. 그 뉴스레터들의 오픈률과 구독률은 잘 모르지만. 계속 그 형식이 이어지는 걸 보면 나쁘지 않거나, 괜찮거나, 아님 문제가 있어도 현상 유지를 고집하거나, 기타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 자체는 고품질이고 잘 구성돼 있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문제의식을 갖지는 않았다. 필요한 정보나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기도 해서. 난 긴 글을 읽는데 익숙해서 텍스트 지옥에 별 거부감이 없긴 하다. 그냥 내가 헤쳐가고 이해해야 할 숲길일 뿐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익숙하게 생각한 그 유형은 기업 마케팅 또는 브랜딩용 뉴스레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최근 깨달았다. 새롭게 시도한 변화가 수치상 어떤 결과를 만들지 시간이 지나고 데이터가 모여야 알 수 있지만. 여러 피드백과 개선 과정을 거치면서 나온 결과물은 기존보다 더 나아보였다. 더 명료하 간결하고 보기 쉽고 불필요한 말도 없고, 이렇게 계속 쓴다면 작성자 입장에서도 부담을 더 덜 수 있겠다 싶었다. 기존에는 콘텐츠별 소개와 주제별 커버 메시지를 쓰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민도 많이 들었으니까.

피드백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많이 괴롭긴 했다. 내가 관성적으로 하던대로 한다고 보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모습이 내게 있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꼭 그렇기만 한 건 아니었다. 뉴스레터 본문을 쓰기 위해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인삿말을 썼다 지우고 새로 작성했다. 그러니 괴로운 건 그런 과정과 그 결과물은 TMI고, 사용성과 만족도를 더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왜곡된 노력을 열심히, 말 그대로 삽질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창피하고 괴롭다. 마음 한켠에는 내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계속 더 나아지기 위해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 세상에 결승선은 없다. 해야할 일과 풀리지 않는 고민을 생각하면 잠자리에 편히 들 수도 없지만 내일은 내일의 일을, 다음 주에는 다음 주의 일을 해야하기에- 두려움에 에너지를 소진하다 다른 일을 제대로 집중해서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다시 신발 끈을 고쳐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충전해야 다시 또 열심히 뛸 수 있으니. 그런데 열심히만 뛰지 말고 똑똑하게 전략적으로 뛰어야 한다. 개선 작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 원인을 원점에서 다시 찾아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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