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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마지막 날 생각

쓰면서 생각하기

by 딱정벌레 Dec 31. 2024
사진=딱정벌레사진=딱정벌레

벌써 2024년 마지막 날이다. 하루하루가 세상에 단 하루뿐인 날이듯 2024년 12월 31일도 그렇다. 특히 이날은 2024년의 마지막 하루이기에 귀하고 소중하다. 연말에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이 다 그렇기에 새해가 다가올수록 하루하루 더 알차고 귀하고 소중히 보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했다. 온전히 휴식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남은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신경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없고, 갈팡질팡하는 마음에 제대로 쉬지도, 화끈하게 몰입해서 짧고 굵게 정리하지도 않은 듯하다.
마음을 쉬지 못하니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마음을 쉰다는 것도 욕심이거나, 비현실적 바람이 아닌가 싶다. 삶은 계속되고,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다양한 처소와 역할에 따라 각각의 인생 과업이 있고, 세상에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고, 걱정과 고민이 아예 없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마음을 무 자르듯 놓을 수 있겠는가. 길게 또는 내가 원하는 만큼 쉬지 못하더라도 다 받아들이고 짧게 쉴 때라도 집중해서 쉬는 게 최선이다. 그걸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지난해를 회고할 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많이 고민했다.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일터와 업무를 중심으로 삶을 회고하다 보니 그런 고민이 우선 들었다. 작년을 버티는 시간도 쉽지 않았고, 내년에 더 많은 과업을 수행해야 할 텐데, 작년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둬야 할 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무에서 유를 만들 때를 지나 현재 있는 것보다 더 나아져야 하는데 이 단계부터가 더 어렵고, 더 잘하더라도 성과를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건 난이도가 더 높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어떠했나? 한 건 지난해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이게 성과일까. 업무를 회고할 때 올해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일이 많으면 뭐 했는지 생각도 안 날 수 있다는데 공감이 갔다. 그렇다고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건 아니지만 정신없이 지나갔다. 기억에 남는 일이 없었는지도. 지난해와 같지 않지만 다른 이유로 버겁고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때도 많았다. 노력했던 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건데 남들 눈에 어땠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노력해도 부족했을 수 있고, 어쩌면 드러내지 않아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올해를 마감하는 지금도 지난해와 비슷한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더 질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게 많다. 나라의 혼란스러운 상황도 그렇고. 정치, 사회 불안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게 우리 일상을 자극할 수 있으니까. 지난해 이맘때 크게 염려하지 않은 일이 요즘 걱정거리가 됐다. 그때도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더 센 느낌. 올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내 일상이 되고, 내 고민이 됐듯 내년도 그럴 수 있는데 내가 예측하지 못한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껍질을 깨야 할 때 잘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 눈앞에 주어진 일을 성실히, 잘 해내야 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단기간에 주력할 일과 장기적으로 준비할 일을 잘 구분하고 준비하는 게 역시 최선이다 싶다.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특히 중요한 건 늘 변화하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거다. 일을 더 빨리 처리하는데 완성도가 높아야 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내가 좋지 않은 상태일 때 빨리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하던 대로 하지 않고, 문제를 신속히 탐지해 개선하고, 고인 물이 되지 않고, 변화와 도전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나서는 것. 자세를 고치고, 체력을 키우고,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고. 끝까지 가는 것. 완성하는 것. 완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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