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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Oct 20. 2023

숫자3 : 변주곡으로 3, 6, 9 게임을 한다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입니다.

한 때 유행하던 3, 6, 9 게임 해보셨나요?

둘러 앉은 사람 중 한 명이 "1"을 외치면, 그 옆사람이 "2"를 외치고, 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3을 외치지 말고**이게 중요**) 박수를 칩니다. "짝!"


계속 가볼까요?

"4", "5", "짝!"

"7", "8", "짝!"


이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클래식 음악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하고 긴 작품입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 <골드베르크 변주곡>은,주제 아리아와 이를 바탕으로 만든 삼십 개의 변주곡, 그리고  처음의 아리아를 반복하는 구성입니다.  

변주가 무려 삼십 개, 연주시간이 한 시간이 넘는데, 그럼에도 지루지 않는 건, 바흐가 그만큼 다양한 변주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4분의 3박자나 4분의 4박자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박자 외에도, 이분음표나, 팔분음표, 심지어 십육분음표를 한 박자로 세는 다양한 박자가 쓰였습니다.

장조에서 단조로 바뀌고, 느리거나 아주 빠른, 폭넓은 템포의 변주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바흐는 변주 세 개를 한 세트로 묶었습니다.

변주 1부터 3까지가 한 묶음, 변주 4에서 6이 한 묶음이 되죠.

=> 1, 2, 3  -  4, 5, 6  -  7, 8, 9....  


그리고 3의 배수에 해당하는 변주 때마다, 캐논을 넣었습니다.

=> 1변주, 2변주, (3변주 대신) 1도 캐논 - 4변주, 5변주 (6변주 대신) 2도 캐논 - 7변주, 8변주, (9변주 대신) 3도 캐논...


마치, 우리가 3, 6, 9 게임을 할 때, 3의 배수에선 외치지 않고 박수를 치는 것처럼,

바흐는 3, 6, 9, 12번째 변주를 캐논으로 채웠습니다.




캐논은, 어떤 선율을 시간차를 두고 따라가는, 대위 기법으로 쓰인 곡이나 부분을 말합니다.

대위법은 우리가 잘 아는 돌림 노래를 생각하면 비슷합니다. 도망가고, 뒤쫓고.

       

3개씩 쌓은 열 번째 묶음, 마지막 제30변주 역시, 캐논이 나올 차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엄격한 캐논이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의 음악이 나옵니다.바로 ‘쿼들리벳’인데요, ‘쿼들리벳’은 둘 이상의 선율로 곡을 쓰는 기법이에요.  

바흐는 독일 노래 ‘오랫동안 못 만났네’와 이탈리아 노래 ‘양배추와 순무에게 쫓겨났네’를 가지고 서른 번째 변주 자리를 채웠습니다.


바흐는 왜 마지막 변주에, 쿼들리벳이라는, 엉뚱한 장치를 마련했을까요?

포르켈이 쓴 바흐의 전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바흐의 가족들이 모이면, 함께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경건한 성가를 부르다가, 민요나 우스운 노래, 외설적인 노래를 연달아 불러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다. 이걸 ‘쿼들리벳’이라 하는데,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며 가족들이 한바탕 웃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엄격한 캐논을 뼈대로 삼은 변주들, 바흐가 마지막 캐논의 자리에 당대의 유행가 가락을 넣은 건,

어쩌면 그가 음악적 논리만큼이나 즐거움과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닐까요?


** J. S. Bach,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가운데 주제인 아리아, 제1변주, 제2번주, 1도 캐논까지... 이 곡으로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연주로 들어보죠.

(1955년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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