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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Oct 11. 2023

숫자2 : 두 사람이 함께하는 즐거움, 피아노 듀오

연탄, 그 연탄이 아니고 피아노 연탄입니다.  

우리는 이미 근사한 듀오 곡을 알고 있습니다. <젓가락 행진곡>입니다. 그 누구도 악보를 본 적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친구나 언니, 오빠, 동생, 피아노 학원이나 학교 음악실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도... 누군가가 쿵짝짝 반주로 G코드 두 번, C코드 두 번전주로 치면, 누군가는 홀린듯이 두 손가락을 파와 솔에 얹어서 연주가 시작되는, 마법과 같은 바로 그 곡입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피아노 연주크게 유행했습니다. 응접실 잘 보이는 곳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엄마와 딸, 자매나 남매, 혹은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듀오를 연주하는 장면은 교양 있는 중산층 가정의 이상적인 모습이었죠. 듀오 피아노, 우리말로는 ‘피아노 연탄곡’이라고 부릅니다. 피아노 한 대에 두 사람이 앉아 포 핸즈(1 piano 4 hands)로 연주하는 방식을 일컫습니다.


전문 연주자를 위한 예술적이고 어려운 듀오 곡도 물론 있었지만, 당시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위해, 쉬운 피아노 연탄곡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페라나 교향곡 선율을 피아노로 편곡하거나, 행진곡, 왈츠처럼, 어렵지 않으면서 흥미로운 곡들이었죠.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집에서 연주할 악보를 사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유럽의 악보 출판업도 호황을 누렸. 베토벤, 체르니, 슈베르트, 리스트 같은 작곡가들에게, 피아노 듀오 편곡은 훌륭한 수입니다.

   

제1피아노를 맡은 사람은 주로 고음에서 선율을 연주합니다. 제2피아노는 저음에서 반주를 하면서 페달을 밟습니다. 여성이, 연장자가, 돋보여야 하는 사람이 주로 제1피아노를 연주합니다.


두 연주자가 피아노에 얹은 네 손은, 때로 오케스트라가 되기도 하고, 오페라의 가수의 노래와 악단의 반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슈베르트의 낭만적인 연탄곡, 드라마 <밀회>기억하세요?

이 곡을 듀오로 연주한다면, 옆에서 팔꿈치를 부딪치지 않도록 배려하며 치는 파트너와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


*포레가 연인의 어린 딸을 위해 쓴 <돌리 모음곡>입니다.

카티아 & 마리엘 라베크 매 듀오, 어떤 음반, 그 어떤 팀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두 살 터울 찐 자매거든요. 피아니스트인 두 딸이 듀오로 활동하는 것이, 이들 어머니의 소원이었다고 하네요.


언니 카티아가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따라하지 않습니다.

 차이를 지켜가는 게 음악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지요.”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피아노 연탄, 피아노 듀오의 그 함께하는 즐거움에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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