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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Nov 20. 2023

이 가을, 피아노 플레이리스트

근래 가장 똑똑한 연주자, 비킹구르 울라프손 

어쩌다가 가본 맛집을 포스팅 하게 됩니다. 자주 집 근처에서 들르는 단골집은 블로그나 인스타에 잘 올리지 않게 마련이죠. 음악도 그런 거 같습니다. 코로나 3년을 돌아보니, 가장 많이, 자주 들은 음반이 비킹구르 울라프손이었는데 이제야 포스팅을 하게 되네요. (다음엔 임윤찬을 올려봐야겠습니다) 요즘 연주자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시대를 잘 읽는 음악가입니다. 아시겠지만, 쇼팽 콩쿠르, 반 클라이번, 퀸 엘리자베스, 뮌헨 ARD, (퇴출되었지만 추억의 차이콥스키 ㅠㅠ) 같은 유명 콩쿠르 출신이 아닙니다. 이 연주자는 어느날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서 자기 하고 싶은 걸 다 보여주는데, 그게 다 시의적절하고, 향수를 자극하거나, 지금까지 잘 없던 것이거나, 그래서 새롭고 신박하고 향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필립 글래스를 그렇게 트렌디하게 쳐버리다니. 공들여 쓴 음반 부클릿도 소중합니다. 필립 글래스는 코로나 시대 우리의 최애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저는 코로나 첫 해 자가격리 중에 풍월당에 이 음반을 주문해서 배송받아 들었습니다. 제게는 자가격리의 추억과 함께 남았네요. 더없이 어울립니다.) 


그리고 갑자기 라모와 드뷔시라니요. 200년 세월 건너 뛴 타임슬립 같은 음반을 내놓았는데 그게 또 엄청 팔립니다. 라모가 이렇게 현대적이었나, 드뷔시가 이렇게 고풍스러웠나... 새롭게 바라보게 해줍니다. <예술과 시간>인가, 정말, 시간이 무엇이고, 예술이 무엇인가, 묻고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이 멋진 곡은 발레에서 또 어떻게 찾아낸 걸까요? 


그랜드 피아노만 고집하던 피아노 음반 녹음에, 업라이트 피아노의 투박한 소리를 채워서 내놓습니다. 근데 이게 소박한 멋이 있어요. 굳이 업라이트 피아노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누가 해주는지 모르겠지만 편곡도 깔끔하고 딱 좋습니다) 혹시 아이디어를 내어주는 우렁 각시라도 있나요? 컨셉 잡아주는 램프 요정이라도 있는지...? 



자기만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완성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나, 이 가을에 무한 반복을 하게 만듭니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은 아리아. 중간이 그가 나름으로 준비한 변주들입니다. 참 폭 넓고 다채로운 변주로 채웠네요. 

가을가을한 피아노 소리. 비킹구르 울라프손과 함께 피아노 소리로 더 깊어져 갑니다. 


#피아노 #플레이리스트 #비킹구르 울라프손 #그랜드 #업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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