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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Yang Feb 29. 2024

웃지 않는 사람들

어제부터 비가 내린다. 아침 운동 가려고 6am에 일어났으나 갑자기 어지러움이 느껴져 하루 쉬기로 했다. 보통 출근 시간에 가니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긴장감을 덜고 지인들의 조언대로 조금 대충,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가장 어렵다. 로펌마다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이곳의 룰을 익혀야 하는데 훨씬 복잡하다 (처음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오전에 손님도 잘 만나고 (사실 백곰이 거의 다 해주었다. 오늘 하얀색 셔츠를 입고 와서 진짜 백곰 같았다 ㅎㅎ) 손님들에게 오는 전화도 계속 안 받을 수 없어서 받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없었는데 얼음 공주는 오늘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왜 웃음을 잃었는지 알 것도 같다. 8년 전 내가 처음에 로펌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만난 변호사가 알려준 건데 손님에게는 웃지 않는 게 좋다고. 그녀도 사무실에서 볼 때는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는 하얀 이를 다 보이며 잘 웃는 사람이었다.


메디컬 오피스에서 홍보 프레젠테이션 한다고 왔는데 점심을 가지고 왔다. 페라리걸들만 한 자리에서 모두 보는 건 처음이었다. 동양인은 나 밖에 없었다. 첫날 인사할 때는 동양계 변호사 2명, 어시스던트 1명이 있었다. 대화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동양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 것일까. 그리고 예전에 다녔던 로펌에 있었던 변호사도 만났는데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그가 나중에 내 자리로 와서 혹시 S에 있지 않았냐고 하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오라고 했다.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내 자리에서 화장실로 가는 더 짧은 루트가 있다는 것과 (중간에 문이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키친도 여러 개 있어서 사람이 없을 때 가서 쉬면 될 것 같다. 커피, 과일, 스낵 등 다양한 간식도 있다. 나만 먹을 준비가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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