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파트너가 바뀌면서 로펌의 이름도 새롭게 하고 티브이는 물론 빌보드, 지하철 등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엄청난 상담 전화가 쏟아지는데 직원들이 배당된 날짜에 돌아가면서 전화를 받고 시스템에 입력한다. 오늘이 내가 전화받는 날. 로펌에서 각 상담마다 $5의 스타벅스 카드를 준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메리트가 없지만 하루 종일 전화를 받는 일은 별로 달갑지 않다. 이 날은 이 상담이 우선시되는 날이라, 다른 일은 못해도 된다고 하지만 결국 그 일이 뒤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무렴 어떠리, 그냥 미룰 수밖에.
전화벨만 울리면 계속 신경이 쓰여서 지난주에 받은 새로운 케이스 중 오픈하지 못한 것을 하고 있었다. 보스가 사인한 서류를 가지고 오더니 나보고 그동안 결과물을 많이 보지 못했다고, 일이 느리다고 하면서 오늘까지 리뷰할 수 있도록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아침에 나에게 배당된 5개의 새로운 케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건만…
최소 한 달만이라도 버티고 결정을 하려고 했는데 산 넘어 산, 역시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곳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자리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어제 손님이 전화해서 자기가 전화할 때마다 새로운 paralegal이 받았다고 할까. 그래서 내가 손님에게, 이런 말하기 정말 미안하지만 나도 새로운 페라리걸이라고 했다.
맨해튼의 기온이 낮에 화씨 70도까지 올라가서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점심에 남편이 약도까지 찾아서 보내준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체할 것 같아서 패스, 가족과 함께 저녁으로 먹으러 갔다.
내일 어떻게 얼음공주에게 그만둔다고 말하지? 욕을 입에 달고 늘 화가 난 상태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공주라는 표현은 아깝다. 그 자리에 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테니 그 부분은 인정, 그리고 나의 부족함도 인정, 짧은 시간이었지만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최선을 다해 일했으니 선택과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자!
햄버거는 정말 맛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