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맨해튼 로펌을 박차고 나온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간다.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했던 것 대신 한 시간을 더 자고 gym에 간다. 한산한 곳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운동하는 게 좋다. 오전에 운동을 마치고 모이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주인 닮아 까다롭고 소음에 예민한 모이는 차 소리가 많이 나는 동네 산책보다 뛸 수 있는 공원을 훨씬 더 좋아한다. 물론 자기가 어느 정도 산책을 다 했다 싶으면 빨리 집에 가자고 먼저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앞장서서 걸어간다. 같이 사는 또 다른 주인을 닮아 집을 제일 좋아한다.
시간은 차별과 배반 없이 흐른다. 직장을 다닐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친 몸과 마음이 쉼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 자유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다행히 이번 주에 프리랜서로 하고 있었던 번역 일이 들어왔고, 지인의 소개로 한국의 잡지사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공연 리뷰를 쓰게 되었다. 아~얼마 만에 언론에 기사를 쓰는 일인가.
손님방에 책상을 치우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남편에게 의자가 불편하다고 했더니 내가 작년에 깜짝 생일선물로 준 의자를 자발적으로 내주었다.
저녁을 먹고 지인들과 번개로 아이스크림 회동을 했다. 맛집이지만 실내에 앉아서 먹는 자리가 없는 곳이었다. 털모자 눌러쓰고 밖에 서서 입이 얼얼해질 정로로, 평소보다 많이, 아이스크림을 야무지게 다 먹었다.
무사히 한 주를 마친 금요일 저녁, 직장인들의 고뇌를 들으며 잠시 내가 직장인이 아니라는 게 너무 좋았다 (직장인들께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