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바다에서 나를 만나는 프리다이빙
"미친거 아냐?!"
프리다이빙을 알기전, 'Free Fall'의 영상을 보고 오금이 저렸었다. 바다 속 거대한 싱크홀인 블루홀로 뛰어드는 남자. 어랏? 공기통이 없네? 오리발도 없네?
"미친거 아냐?!"
나중에야 그 영상의 주인공이 기욤네리(프랑스 프리다이버. 전 프리다이빙 챔피언(CWT 125m. 한 숨에 모노핀으로 125m를 왕복했다.)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3년 후 기욤네리와 만났을 때, 이미 나는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어 있었다.
프리다이빙은 한 숨에 얼마나 바다 속 깊이 내려갔다 오느냐를 겨루는 스포츠다.
간혹 물 속에서 숨은 어떻게 쉬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물론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프리다이빙은 공기통 없이 자신의 한 호흡만으로 바다 깊이 들어가는 스포츠니까.
왜 그런 짓을 하냐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1분 숨 참기도 힘든데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냐고.
많은 프리다이버들 역시 그런 생각을 한다.
바다 깊이 내려갔다가 오리발을 힘차게 차면서 올라 오지만, 다리는 천근만근 무겁고 온몸을 랩으로 씌운 듯 답답하다. 빨리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당연한 욕구가 치솟는다.
'내가 왜 이짓을 하는거지? 돈과 시간 들여가면서 왜 이런 답답한 고통을 바다 속에서 느껴야 할까?'
하지만 수면에 도착해서 호흡을 터트리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음에는 좀 더 몸에 힘을 빼야지, 피닝은 좀 더 유연하게 해야지, 압력평형 타이밍이 좀 느렸어 따위의 생각만 든다. 물에서 놀다 보니 기억력도 물고기를 닮나? 불과 몇 초전에 했던 생각은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좀 더 적응된 몸으로 다이빙할 때는, 그야말로 물과 내가 하나된 느낌이 든다.
나는 사라지고 부드러운 동작만 남는 느낌, 바다의 심연 속에 나의 의식이 녹아 흩어졌다 수면의 첫 호흡과 함께 다시 뭉쳐지는 느낌은 프리다이빙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나보다.
스쿠버 다이버는 주위를 둘러보고, 프리다이버는 내면을 바라본다.
-Umberto Pelizzari
내가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수심 20m에서부터 시작한다. 10m~15m 부근에서 뜨려고 하는 부력이 사라지고 20m 부근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속도감있게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데 이를 Free Fall이라고 한다. (무거운 추를 조절해서 이렇게 되도록 세팅한다.)
이 때는 오리발을 차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되,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며, 시선은 눈 앞의 선을 보되 촛점을 맞추지 않는다. 모든 기술은 연습한데로 힘들이지 않고 수행한다.
이 몰입과 집중의 순간이 너무 좋아서 좀 더 '깊이'를 추구하는데, 수심이 짧으면 몰입을 하다만듯한 느낌, 맛있는 음식을 냄새만 맡은 느낌이다. 더 깊게, 더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더 노력하게 만든다.
프리다이빙은 내 능력만큼 바다 밑으로 줄을 내리고 그 만큼 다녀온다. 바다는 깊기도 하고 얕기도 하지만 내 능력 만큼만 의미가 있다. 인간이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으로만 잴 수 있는 바다의 깊이는 이제 129m(Alexey Molchanov CWT 종목)이다.
하지만 실제 바다의 깊이 보다 마음의 깊이가 더 깊어지는 듯하다. 얕은 깊이의 프리다이버는 하늘과 가까워서 그런지 오히려 자만심이 쉽게 하늘을 찌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에비해 내가 배운 두사람의 챔피언 기욤 네리와 알렉세이 몰차노브는 인간으로는 가장 깊은 바다를 경험해 봐서 그런지 소탈한 마음가짐, 유머, 존중의 태도가 몸에 베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깊이를 경험할 수록 더 가벼워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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