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8년전 본격적으로 명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처음 배운 것은 호흡명상이었다. '아나빠나사띠 수행'이라고 부르는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은, 말 그대로 들숨날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단지 그 것뿐이다. 내가 숨쉬는 것을 보는 것.
일상속에서 틈틈히 나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내가 자주 숨을 참는다는 것이었다. 뭔가에 집중하려고 할 때,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려 할 때, 심지어 지하철을 탔을 때에도 내 숨을 지켜보려고 하면 어김없이 나는 긴장한 상태로 숨을 참고 있었다. 다이빙하기 직전의 사람처럼.
긴장을 잘 하는편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숨도 안쉬고 있을 줄이야. 고르지 못한 호흡은 분명히 내 신체와 마음에 다시 영향을 주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아무리 태연한 척, 의연한 척 연기를 한다고 해도(연기를 매우 잘하는 편!!) 이 긴장감, 혹은 불안감은 타인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심리치료 수련중에 시연을 해보는 수업에서 다른 선생님께 피드백으로 이 부분을 지적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선생님, 숨은 쉬고 계세요? 시연하는 내내 선생님 숨이 안느껴져서 이상했어요." 라고. 난 당황스러움과 창피함에 얼굴이 빨개졌는데, 그 순간에도 난 숨을 참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나의 불안감. 그러니까 내면에 켜켜이 쌓인 깊고 무거운 두려움이 안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들켜버린듯 했다. 심리치료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처럼 보였을까봐 얼마나 숨고 싶었는지..
우리는 불안할 때 혹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동물적으로 세가지 반응을 하게 된다. 투쟁, 도피, 경직이다.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버린다(Fight, Flight, Freeze). 누군가 나를 위협하려고 할 때 같이 맞서 싸울 수도, 냅다 도망갈 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멈춰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얼어붙어버릴 때, 숨을 참는다.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의 위협을 받을 때 죽은척하는 것도 경직 반응이다.
명상을 배우고 오랜시간 심리상담을 받으며 이런 습관적인 반응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순식간에 변했을 리 없고, 지금까지도 매일매일 연습하고 있다. 내 호흡을 알아차리는 연습. 들숨날숨을 바라보는 연습. 숨을 쉬는 연습. 잘 살아있는 연습. 숨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셨다가 내뱉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 숨이 반복되면서 어깨는 서서히 내려가고 온몸에 긴장감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하품이 난다. 이 잠깐의 시간동안 나는 다시 살아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은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숨을 살피는 일이다. 남편이, 내 아이가 호흡이 빨라질 때를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의 긴장감을 포착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의도적으로 더 천천히 말하려 애쓰고, 나의 숨을 더 편안히 하려고 애써본다. 나의 안정감은 그에게 영향을 줄 것이기에. 그리고 직접적으로 권유해보기도 한다. '지금 잠깐, 크게 한번 숨을 내뱉어 보시겠어요?' 라고.
나의 들숨날숨을 알아차리는 것은 내가 잘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숨을 쉰다. 편안한만큼 편안한 호흡을 한다. 들이쉬면서 필요한 산소를 신체에 공급해주고, 내쉬면서 불필요한 긴장감을 내보낼 수 있다. 그렇게 매순간 우리는 회복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내 숨을 바라본다.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도 숨쉬는 동안은 살아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