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온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문으로 쨍한 햇살이 들어오지 않고 적당히 어둠이 섞인 느낌이 나를 안심시킨다. 편안하다.
이 곳의 햇빛은 마치 어린날에 동네 오빠들이 돋보기로 개미들을 태우는 것처럼
나를 태워버릴 것만 같다. 뜨겁고 강렬하다. 그 햇살을 온몸으로 맞고 있으면 어떤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 햇빛을 많이 받으면 두통이 일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피부로 느껴지는 통증 같은 것. 그리고 마음에.
그래서인지 아침에 느껴지는 명도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나는 밝음이야!!!!!!!"하는 강렬한 햇빛을 계속해서 마주하기란 힘들다. 내가 다 까발려지는 것 같은, 숨을 곳이 없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이다. 빨리 그 빛에 어둠이 섞이기를 기다린다.
사람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냥 밝아 보이는 사람을 오랜시간 마주하고 있으면 묘한 불편감이 든다.
물론 그 사람이 마냥 밝은 사람이지 않을 거란 것도 알지만 그렇다.
내게 친절하지도 썩 밝게 웃어주지도 않지만
그늘을 담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게 편안하다.
내가 나로 있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맞을까.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중에는 깊은 우울을 경험한 이들이 있다.
우울이 얼마나 캄캄한 것인지는 경험해봐서 안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들도 그 어둠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겠지만
나는 그들이 함께했던 어둠을 싫어한적이 없다.
다만 너무 아픈 것이 싫었을뿐.
그 사람이 소중해서 그 사람 안의 어둠도 소중했다.
얼굴이 그늘져도 눈물을 뚝뚝흘려도 이뻤던 것 같다.
(약간 변태같은가)
여하튼 나는 흐린 날이 좋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해. 라고 하려다가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폭우로 피해를 많이 입었다는 소식이 생각나
차마 쓸 수가 없었다.
어둠이 섞여 있는 빛이 좋다.
" OO가 좋다. "
라고 말하는 게 좋다. 쾌감같은 게 느껴진다.
모두다 고백하고 싶어지지만 아껴놨다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