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누군가에게 알맹이 없는 비난을 듣고 와서 속상해 한다면, 우리는 아마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남이 하는 말 신경쓰지 마" " 그런건 무시해" 라고.
조금 거리를 둘 수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난을 직접 들은 당사자는 '무시하면 그뿐이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진짜로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하거나, 계속 곱씹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내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지 않는 사람들, 특히 나를 아프게만 하는 말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무시하는 것이 맞다. 패션디자이너이자 시니어 유튜버인 밀라논나님이 말한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는 귀담아듣지 말라" ,"몫을 나누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신경쓰지 말라" 는 말은 참 값진 조언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남의 말보다 더 무시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 바로 내가 내 안에서 종일 떠드는 말이다. 종일 떠드는 그 녀석이 '내 안의 비판자'라면 나는 하루내내, 어쩌면 영원히 고통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지옥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 끊임없이 판단하는 목소리를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아마 우리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그 비판자는 여전히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평생 동행하기 위해서 꼭필요한게 '무시하는 힘'이다. 다르게 말하면 '믿지 않을 수 있는 힘'.
이 힘은 마음챙김(Mindfulness, '마인풀니스'라고 번역하지 않고 말하기도 한다)과 깊이 닿아있다. 마음챙김은 생각이나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그저 관찰하고, 나와 동일시 하지 않는 연습이다. "아 이런 생각이 또 떠올랐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믿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
회사에서 일을 그르치거나, 사람관계에서 작은 실수를 했다고 상상해보자. 회사 상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 기분 나쁜 말을 들었을 수 있다. 그 말이 따갑게 와서 박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의 말'이다. 남의 말을 무시하는 건 오히려 쉽다. (물론 이것도 마냥 쉬운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 하지만 내 안으로 가져와 내 목소리로 만들어버리면 내게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히 '실수를 했네, 좀 더 조심해야지' 가 아니라, 나는 '한심한 인간'이 되어버리고, '하는 일마다 그르치는 형편없는 인간' 으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정체성에 흠집을 내버리면 내 감정배경을 바꿔버린다. 일상의 배경에 어둠이 깔리는 것처럼, 은근히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왜냐면 나는 형편없는 존재로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나를 아프게만 하는 내면의 말들을 '무시하는 힘'은 결국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부드러운 거리두기이다. 지금도 당신의 마음속에서는 내면의 비판자가 종일 떠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험상 그 아이를 쫓아내기는 불가능하다. (저절로 나가준다면 땡큐) 그 아이를 내버려두면서도 그의 말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몇발자국만 떨어져 나오자. 남을 대하듯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오케이' 하고 쿨하게.. 물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니, 잘 안된다고 좌절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