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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강렬한 고통과 잔잔한 기쁨의 합이다

by 김혜령

행복은 두려움이나 분노처럼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라 인지적인 결론에 가깝다. 두려움, 슬픔, 기쁨, 놀람이 신체가 자동으로 반응해 만들어내는 감정이라면, 행복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 해석, 평가가 더해진 결과다. 즉, 신체반응만으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행복을 감정보다 자기 삶에 대한 판단으로 보기도 한다.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기분에 영향을 주지만 도파민의 '쾌락'과 세로토닌의 '평온함'이 그대로 행복이 되지는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복에는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는 지금 안전하다' '이 선택은 잘한 선택이야' '내 삶은 의미가 있어'와 같은 인지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 때는 신체의 반응만이 아닌, 전두엽의 해석이 들어간다. 그래서 어떤 날은 기쁨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어떤 날은 웃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해석에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고통'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삶에서 가장 빛났다고 기억하는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그 옆에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자리하고 있다. 불확실함을 견딘 뒤 찾아오는 안도감, 상실 이후 더 선명해지는 사랑, 감내한 시간만큼 깊어지는 평온. 고통을 통과한 사람은 아주 작은 기쁨에도 마음이 깊게 반응하는 법을 배운다. 사소한 순간에도 행복을 발견해내는 특별한 감각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할수록 고통을 미워할 이유가 없어진다. 반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밀어내고 거부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또, 미워하지 않게되면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은 일들도 있으니..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그저 만나고 볼 일이다. 편견없이, 미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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