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떼느 Apr 10. 2023

너무나 솔직한 우리 아이

사랑스러운 ADHD 1편 - 납득할 수 없는 규칙을 지켜야하는 스트레스

*아이의 이름 도일이는 가명이다내가 태교를 하면서 <명탐정 코난>을 너무 열심히 보고 한국판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이름인 도일이를 아이의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엄마, 거짓말하는 건 나쁜 일 아니에요?”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물었다. 


“그럼, 당연히 나쁜 일이지.” 

아이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갑자기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자 아이는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 했고 입꼬리는 아래로 내려가고 어깨가 떨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아이는 말했다. 


“엄마. 그런데 왜 선생님은 거짓말을 한 친구는 혼을 안 내고 나만 혼내요?” 


거짓말을 하면 항상 혼이 크게 났던 아이였다. 구구단을 좀 외우지 못해도, 숙제를 알아서 챙기지 못해도 괜찮다고 얘기했다. 단지,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했다. 아이가 생각하는 세상의 기준이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이의 좌절감이 내 심장 깊숙한 곳까지 전해져 자초지종을 물어보기 도전에 내 몸이 먼저 떨려왔다. 아이를 와락 안아주고 진정을 시킨 후 대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아야 하는 초등학교의 풍경도 바꾸어버렸다. 입학을 하기 전엔 땡깡을 부렸다가 혼이 나도 잠시 후엔 얼굴을 부비며 뽀뽀를 해주던 엄마와 좀 서투르고 느려도 잘할 수 있다고 늘 칭찬해 주시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있었다.  엄마 품을 떠나 학교라는 곳에 덩그러니 놓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서로 떠들고 부대끼며 친해져야 할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고 앉아야 했고, 쉬는 시간에도 가까이서 수다를 떨기도 힘들었다. 아이들의 책상은 투명한 칸막이로 둘러쳐져 있었고,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친구들과 부대끼며 사회적 규범을 익혀나가야 했을 아이들은 거리두기로 인해 1㎡의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있었다. 아이의 불안함을 달래줄 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도 없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조금 남달랐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호기심이 좀 더 왕성해서 손을 놓은 채 길을 걸어가다가는 눈을 조금만 떼도 아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고 꼭 확인하고 싶어 했다. 하기 싫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몇 시간이고 앉아서 몰두했다.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했고,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던 많은 규칙들에 대해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했고, 스스로가 납득해야만 그 규칙을 지켰다. 이 아이가 말을 조잘조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모든 것의 이유를 설명해 주느라 항상 진땀을 뺐다.  


‘그래. 왜라는 질문을 하는 건 좋은 거야. 호기심이 많다은 건 창의력이 높다는 의미일 거야. 남들이 알려주는 대로 아무 의문 없이 그냥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습관이야.’ 

라고 생각하고 좀 힘들어도 아이의 쉼 없는 조잘거림을 아낌없이 받아주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가 의지해야 하는 어른인 선생님은 엄마와는 달랐다. 규칙에 대해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냥 ‘지키라’고만 했다. 아이는 그것부터가 너무 힘들었다. 왜 지켜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규칙을 지킨다는 건 아이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