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떼느 Apr 10. 2023

상상해본 적이 없는 '산만함'

사랑스러운 ADHD 4편 - 조마조마했던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학교에서 도일이를 괴롭힌다는 아이들의 실체를 하나하나 파헤쳐가며 퍼즐을 맞춰가다보니 도일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나는 이 작은 아이에게 그 모든 아픔을 그냥 참으라고만, 그냥 피하라고만 했다. 아이가 겪은 사건들의 실상을 알게되고,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나는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그 날 저녁 집에서 도일이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도일아. 엄마가 지금까지 너무 몰라줘서 미안해.”

도일이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니에요. 엄마. 괜찮아요.”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아이의 눈과 떨리는 몸은 지금까지의 아픔을 내보이고 있었다. 조그만 입을 앙다물고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몸을 떠는 아이를 보니 내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너 혼자 힘들게해서 너무 미안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나는 서럽게 울고 말았다.

“엄마.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러니까 내가 더 슬퍼요.”

아이는 내 양쪽 뺨을 작은 두 손으로 감싸고 눈을 맞추더니 눈물을 닦아주었다. 

“응. 엄마 이제 울지 않을게. 앞으로는 우리 도일이 슬프게 하지 않을게. 알겠지?"

그 날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시간을 버티며 1학년을 겨우 건너왔다. 괴롭히는 아이들과 마주치지 않고 겨울방학이 지나면, 스트레스 받는 학교 규칙에서 벗어나 겨울방학을 지내면서 규칙에 대해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나면 아이는 학교생활에 조금 더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다음에 만나게 될 선생님은 아이에 대한 편견없이 아이를 바라봐주길 바라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겨울방학을 보내고 2학년 새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는 2학년이 되어 만나게 된 담임선생님에 대해서 ‘착한 선생님’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딛는 것만 같았다. 새로 만난 친구들과 또 트러블이 생기지는 않을까, 자기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겠다고 수업시간에 떼를 쓰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다가 2학년 신학기 담임선생님과의 첫 상담날이 되었다. 1학년 입학한 후의 첫번 째 상담을 기다릴 때보다 더 긴장되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친구들과는 질 지내고 있을까? 또 괴짜라고 놀림받지는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담임선생님은 굉장히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도일이 엄마에요."

"아~ 안녕하세요 어머니! 반갑습니다. 궁금한 거 많으시죠? 어떤 부분이 가장 궁금하세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내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네. 선생님. 저희 아이가 적응은 잘하고 있나요? 친구들이랑 혹시 문제는 없나요?"

나는 이 질문을 하고 아차했다. 이미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있을것이라는 불안감을 가득 안은 채 질문을 하고 있었다. 나 스스로가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내게는 너무나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가, 바깥 세상에서는 민폐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네. 어머니. 친구들이랑은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수업시간에 제 이야기를 잘 듣지않고 혼자서 지우개나 연필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네요. 글씨 쓰는 걸 싫어해서 뭘 쓰라고하면 그냥 가만히 책만 들여다보기도 하구요."

속에서 울컥하는 것이 올라왔다. 이 울컥하는 마음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나는 어릴 적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선생님의 이쁨을 받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그래서 그 집딸은 어떻게 그렇게 다 잘해요? 라는 소리를 들은 엄마가 늘 어깨를 으쓱할 수 있는 소위 엄친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의 ‘부적응’, ‘산만함’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렇군요... 선생님. 작년에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때문에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학교도 가기 싫어했고 선생님에 대한 반감도 같이 생겼거든요. 어릴 때 워낙 활동적인 아이이기도 했고, 제가 자유롭게 키우기도 했어요."

"네. 어머니. 아이가 많이 힘들었겠네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반 친구들이랑은 큰 문제는 없어요. 그러면 어머니, 학교에서 아이들 심리상담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어요.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은 것 같으면 상담을 한번 받아보시는 건 어때요?"


담임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상담을 권하셨다. 학교에서 상담센터와 연계해서 지원을 해준다니, 아이의 마음상태를 알아보기에 좋을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학교 1학년의 싹퉁머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