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더 아름다웠다

책과 영화를 통해 팽창하는 세계에 대한 기록

by 이연미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나의 세계는 ‘회사와 집’으로 축소되어 있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나 재택근무와 같은 일시적인 고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삶의 단계 단계를 성실하게 밟으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는데, 어쩐지 내가 선 자리를 제외한 사방이 허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시야는 좁아져 있었고 그 경계 안쪽만이 내가 이해하는 세계였다. 그제야 살면서 놓친 것들이 있다는 생각에 닿았다.


흔히들 책과 영화는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내가 직접 체험하지 못한 세계를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세계는 넓어지겠지만, 일회성 감상은 쉬이 휘발되는 것도 사실이다. 책과 영화를 통과한 내가 도달한 지점, 그 외연의 확장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적어 남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쓴 글들은 ‘나’의 경계 너머, 이해 너머로 팽창하는 세계에 대한 기록이다. 정체성과 꿈, 타인의 진실, 사랑의 증거, 시대의 비극, 종(種)의 경이, 창작의 세계까지- 그러고 보면 축소되었던 시선으로 보았던 것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흩어져있던 글을 하나로 엮기 위해 연속선상에 가지런히 놓아보는 작업은 확장된 나의 세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도 짚어보게 했다. 그러니 계속 읽고 보고 쓸 수밖에 없다. 오늘도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쓴다.


“만사가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오면, 오직 글쓰기로 보존된 것들만이 현실로 남아 있을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_ 제임스 설터,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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