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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Apr 06. 2020

일상을 채우는 사소한 일들의 가치

- 2019년 4월의 기록입니다. -


퇴사를 하고 독립출판을 준비하면서 나날이 변화하는 내 모습에 만족하며 하루를 보낸다. 분주하게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던 출근길을 대신하여 아침마다 여유롭게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는 서울숲 공원 산책길은 평소 알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다. 강아지와 함께 길을 나서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발견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산책이 늘면서 요즘은 강아지가 움직이는 걸음에 발맞춰 움직이는 여유도 생겨났다. 

사소할 수 있는 일상의 일들이 주는 기쁨일까? 따뜻한 봄만큼이나 세상은 따뜻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아침에 비추는 따뜻한 햇살, 어두운 저녁에 공원 한 바퀴를 달리고 내뿜는 따뜻한 열기까지. 모든 따뜻한 에너지는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사소해 보이는 이러한 일상의 따뜻한 순간을 한껏 즐기고 나눌 수 있음에 또 행복한 요즘이다.


따뜻한 빛이 있는 봄은 여기저기에서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기도 하다.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기 위해 기자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던 기억을 다시 회상해 보면서 이 일이 꼭 연애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미리 알아본 인물 정보, 관심사 등은 공통의 대화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많은 것들을 준비하여 인터뷰 대상자를 현장에서 만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를 다시 되돌아보며 서툴어 실수했던 상황에 후회하기도, 작은 배려를 받았던 순간에 감동하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나만의 비밀 창고에 숨겨놓고 싶은 사소한 사건들이 존재하기에 일상이 더 재미있고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독립출판물의 전체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 소재가 내가 일하며 생긴 사소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인 것도 그렇다. 사심 가득담아 질문하고 취재했으나 보도 방향과 맞지 않아 편집된 내용, 취재 현장에서 일어난 사소한 실수, 취재 과정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며 일어난 작은 갈등 등은 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요 사건이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즐거운 이야기는 사소한 일들로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순간의 사소한 경험이 모여 한 사람을 표현하는 경력이 되고, 사소한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소홀히 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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