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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Sep 13. 2020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강원도 양양

서핑의 세계에서 파도는 공평하고 냉정하다. 보드 위에 떠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온다. 하지만 파도는 누구에게나 바다에 몸을 맡길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준비된 자만이 바다 위에서 파도를 탈 수 있다. 거센 파도가 지난 후 내가 바닷물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 베테랑 서퍼들은 파도에 올라 유유자적 앞으로 나아갔다. 몰아치는 파도가 두려웠고, 바다 위에서 길을 만드는 서퍼들이 부러웠다.     

서핑을 배우러 동해 바다를 찾은 것은 2018년 여름이다. 강원도 양양에서 처음 서핑의 매력을 느꼈고, 올해 6월 초 여름에도 이틀 동안  파도를 타기 위해 서핑 보드에 올랐다. 서핑을 경험하는 동안 나의 마음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공존했다. 그 감정은 경험해 보지 못한 것과 경험해 본 것으로부터 오는 복잡한 마음이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서핑을 배우다가 물에 빠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고,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게 될 새로운 도전이 설레었다. 서핑 명소로 변화한 동해안 해변을 바다 밖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신기하고도 낯설었지만, 수심이 낮은 안전한 동해 바다에서 물놀이 하는 경험은 익숙하고 친근했다.     


바닷가 가까이 자리 잡은 동네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으나, 서핑을 배우기 전까지는 이상하게 물 공포증이 나의 무의식을 지배했다. 서핑에 도전하고 물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왠지 모를 두려움이 가슴 한편에 남아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서핑을 통해 물 공포증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공포심은 두려운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재미가 두려움보다 크면 공포심이 없어졌다. 서핑이 그랬다.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서핑에 도전했을 때처럼 요즘도 가끔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상의 현실이 두렵다. 그럼에도 멀리서 다가오는 파도에 맞춰 재빨리 서핑 보드 위로 몸을 일으키듯,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순간을 준비한다. 바다 위에서 서핑 보드로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좋은 위치를 미리 선정하고, 나아갈 방향으로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물론 거센 파도에 서핑 보드 위에서 넘어지고, 깊은 물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순간순간의 경험을 배우고, 다시 실행하는 것 또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습이다.    

  

누군가 이야기하길, "청년은 움직이고 있는 지금 그 순간이 가장 멋있다"고 한다. 지금 변해가고 있는 일상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필요로 한다면 계속 용기 내어 보고 싶다. 삶은 언제나 바다 위에서 새로운 파도를 끊임없이 만나듯 두려운 도전의 연속이다. 몰아치는 파도에 넘어지고 쓰러지면서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의미 있는 일을 지금 하나씩 실행하는 순간들이 모여 새로운 길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면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도 곧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일상에 평화가 찾아오면 다시 서핑을 타러 동해 바다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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