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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Nov 26. 2020

자전거 타고 달리는 성수동 시간 여행

성동구 응봉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울창한 푸른 숲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나무가 가득한 ‘서울 숲 공원’ 녹지는 사방이 강과 자동차 길로 둘러 싸여 섬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한강과 중랑천으로 둘러싸인 지형에서 유래된 이름이 ‘뚝섬’이다. ‘독기를 꽂은 섬’이란 뜻으로 ‘독도’라 불리다 현재의 뚝섬으로 소리가 바뀌었다. 

응봉산에서 내려다본 뚝섬 일대

응봉산 아래에서 살곶이다리를 지나 서울숲 공원까지 이어지는 한강 자전거 도로 5km를 달려 봤다. 응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숲 공원은 가까이 중랑천 위에 세워진 용비교가 위치하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성수대교도 멀리 보인다. 중랑천과 한강 변의 자전거 도로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여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 가볍게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자전거를 끌고 살곶이다리 건너는 모습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응봉역 1번 출구에서 약 1km 거리에 위치한 ‘살곶이다리’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다리 중 가장 긴 다리인 살곶이다리는 태조 이성계가 사냥을 즐기던 사냥터로 잘 알려져 있다. 응봉산 무학봉에서 활을 쏘면 화살에 맞은 새가 살곶이다리 인근에 떨어졌다는 설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곳 자전거도로 옆에는 ‘살곶이정’이 위치한다. 원래 살곶이정 인근 부지에는 생활체육 국궁장이 있었지만, 자전거 도로가 활성화되면서 폐쇄됐다.      


살곶이정에서 자전거를 끌고 살곶이 다리를 건넌 후 중랑천 변을 따라 서울숲 방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중랑천 옆의 동부간선도로는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로 분주한 데 비해, 자전거 도로는 한적하기만 하다.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을 달리다보면 머지않아 넓은 한강으로 이어진다. 중랑천과 한강이 합류되는 지점을 지나서야 비로소 서울숲 12번 입구 진입로가 나타났다. 평소 이곳을 지나며 바라본 강변은 무성한 수풀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가을이 되면 한강변에는 억새와 갈대가 무성하게 자란다. 

중랑천 자전거도로 옆에 갈대가 무성하다
가을 한강 옆 갈대밭 모습, 멀리 성수대교가 보인다

수풀이 울창한 자연 환경 까닭에 뚝섬은 옛날부터 말과도 인연이 깊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초부터 거대한 말 목장이 있었고, 군사들의 무예훈련을 사열하던 성덕정이란 정자도 존재했다. 실제로 현재 서울숲 공원이 위치한 자리는 1954년부터 1989년까지 뚝섬 경마장으로 사용됐다. 1968년에는 채소밭으로 쓰이던 경주로 가운데를 개발하여 골프장을 만들었는데, 1994년 골프장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시가 2005년에 대규모 생태공원인 서울숲을 조성했다.      


한강자전거 도로를 따라 계속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서울숲 12번 입구에서 500m 거리에 위치한 수도박물관도 만날 수 있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수도박물관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강변북로 위의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곳 구름다리 전망대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와 꽤나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자전거를 타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서울숲 공원 옆에 위치한 수도박물관이다.             

자전거 타고 도착한 수도박물관

1908년 준공한 뚝도수원지 제1 정수장이 위치했던 곳으로 수도박물관은 서울에서 최초로 설치된 수돗물 공급처였다. 이곳의 원래 이름이 ‘경성수도 양수공장’이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만 하다. 화강암을 사용하여 아치형으로 지어진 현관, 붉은 벽돌을 사용한 점 등은 근대 건축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현재 수도박물관 본관은 완속여과지와 함께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72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도박물관에는 대한민국 근대 상수도 역사의 서막을 연 뚝도수원지 제 1 정수장과 관련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수도 박물관 실내

이 외에도 뚝섬 일대의 한강 자전거 도로를 지나다 보면 한강나들목을 지나 만날 수 있는 뚝도시장, 시민들의 피서지로 사랑받고 있는 뚝섬 유원지 공원 등도 눈에 들어온다. 오랜 시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뚝섬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서울숲 공원으로 향하는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한강 자전거 도로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서울숲 공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조금은 천천히 여유롭게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 빠르게 지나가면 발견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곳곳에 많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공간들도 여럿 만나게 되는데 마치 시간여행 온 듯하다. 이번 가을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한강에서 자전거 타고 성수동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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