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진정한 의미

여행을 떠나는 건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다

by 이상국

고향 집 주문진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 강릉 터미널에서 동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한 중년 남성 승객이 올라탔다. 그런데, 무슨 사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내 곧 다시 내릴 채비를 했다. 그가 버스에 타고 약 5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중년 남성은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기사 아저씨가 서있는 출입문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저씨 다시 내릴게요. 바닷가 한 번 더 보고 오려고요."


무엇이 사람들을 바다로 이끄는 걸까? 이유야 모두 다르겠지만, 사람들은 제 각각 자신만의 사연을 품고 바다를 찾는다. 나도 바다가 없는 서울에서 생활하며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가고 있다. 바다 없는 서울은 나에게 참 아쉽다.


서울생활 동안 가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며 심심한 위로를 받기도 했지만, 파도 소리가 들리는 넓은 동해안 해안가만큼 시원스럽지는 못했다. 서울의 뉴욕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숲도, 주문진 바닷가 백사장 뒤의 소나무 솔밭 길을 걷는 것만큼 오랜 친근함은 없다.


그래서일까. 가끔 잠이 안 오는 밤에는 푸른 물이 파도치는 동해안 바다가 생각난다. 백사장의 모래 위에서 떠오르는 해를 함께 봤던 가족의 사랑이, 어린 시절 그곳을 함께 걷던 벗이 그리워진다. 푸른 그들과 함께라면 답답한 마음도 울렁이는 파도와 함께 씻겨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동해바다 파도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은 나와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게 해주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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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마음 한편에 답답함이 있다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동해안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소중한 벗을 만날 수 있는 곳, 내 마음을 편안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그곳으로 잠시 떠나보자.


퇴사 후 기자로 활동하며 삶의 전환기를 보낼 때 나는 쉼 없이 달리다가도 잠깐 쉬기 위해 주기적으로 버스에 몸을 싣고 여행을 떠났다. 떠남은 일상으로부터 도망치는 회피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낮선 곳으로 떠나는 일은 두렵지만 언제나 설렘 가득한 순간이다. 그리고 여유의 시간을 통해 나를 단단하게 그리고 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소설가 마르쉘 프루스트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여행에서 돌아오고 새로운 눈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때론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추억하게 되는 여유를 찾았고, 앞으로의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도 느꼈다. 무엇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반복된 일상 속에서 지친 몸에 휴식을 줄 뿐만 아니라 때론 복잡한 고민을 해결해 주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 우리가 떠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앞으로도 나는 불편한 고생을 자초하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을 떠나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하고, 누군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등을 기대야 하겠지만, 호락호락 흘러가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여행의 의미를 발견한다. 떠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기회가 다가오고, 기대하지 않은 행운도 떠날 용기가 없었다면 만나지 못한다. 이맛에 나는 새롭게 만날 여행을 기다린다. 또 무슨 재미난 일들이 일어날까.



구례 게스트하우스 '구례옥잠' 인터뷰

도시에서 시골로 떠난 젊은 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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