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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Nov 08. 2024

'힘내세요' 대신 '힘빼세요'

나를 소모하지 않는 학부모 엄마 되기 


어제 일정이 여유로워 채팅방에서 구독자님들과 꽤 많은 주제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고등학교 선택과 2028 대입 변화에 따른 궁금증, 그리고 예상되는 어려움과 뚜렷하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등학교는 내년 신입생부터 참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교육과정의 변화, 대입 제도의 변화, 그리고 내신 등급의 변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한 중3 학부모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저도 요즘 일반고 설명회를 다니면서 고민이 많아지네요....
기존 정시로만 입결이 좋은 학교는 걸러야 한다고 머리로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작년까지 그리 선호되지도 않았고 입결이 썩 좋지 않았던 교과편제가 좋은 학교가 작년까지 입결이나 어떤 유의미한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단순히 교과편제. 수시 실적 등만 보고 결정을 하려니 두려운 건 사실입니다( 주변 학부모들은 거의 작년까지 입결 좋았던 곳 선택)
아마 09년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학교 선택으로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얻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잃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중 3 학부모 


그분에게 이런 말을 전해드렸습니다. 


많이 어렵고, 걱정되고 때로는 불안하고 내 선택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두렵기도 하고 한없이 아이이게 미안해지기도 하시죠. 이런 변화 속에서 그래도 남들보다 한 발 더 움직이며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 내가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조언을 가지고 학교 설명회를 다니고, 교사도 잘 하지 않는 교육과정을 분석을 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온 힘을 쏟아 하는 '그 최선'이 아이에게도 분명 '최선'이 될 것입니다. 내 선택이 생각과 달라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이 과정은 다시 아이를 위한 '최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힘내세요!!'라고 보통 마무리를 하겠지만 저는 '힘 빼셔도 돼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충분합니다. 


충분합니다. 

힘빼셔도 됩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한강 작가의 시 중 학부모 엄마에게 공유하고 싶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효에게. 2002. 겨울


한강


바다가 나한테 오지 않았어.

겁먹은 얼굴로

아이가 말했다

밀려오길래, 먼 데서부터

밀려오길래

우리 몸을 지나 계속

차오르기만 할 줄 알았나 보다


바다가 너한테 오지 않았니

하지만 다시 밀려들기 시작할 땐

다시 끝없을 것처럼 느껴지겠지

내 다리를 끌어안고 뒤로 숨겠지

마치 내가

그 어떤 것,

바다로부터조차 널

지켜줄 수 있는 것처럼


기침이 깊어

먹은 것을 토해내며

눈물을 흘리며

엄마, 엄마를 부르던 것처럼

마치 나에게

그걸 멈춰줄 힘이 있는 듯이



하지만 곧

너도 알게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뿐이란 걸

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

시간과

成長,

집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색색의 알 같은 순간들을

함께 품었던 시절의 은밀함을

처음부터 모래로 지은

이 몸에 새겨두는 일뿐인 걸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으니까

우리를 쓸어 가기 전까지

우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흰 돌과 조개껍데기를 더 주울 테니까

파도에 젖은 신발을 말릴 테니까

까끌거리는 모래를 털며

때로는

주저앉아 더러운 손으로

눈을 훔치기도 하며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한강의 또 다른 시 '괜찮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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