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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Nov 13. 2024

생기부 평가를 기계적으로 하다뇨

*작성자 


김덕년 마을 공유형 대안학교 아랑학교 교장 

· 전 구리 인창고 교장 

· 전 경기 진로진학 지원센터장 

· 전 경기도 교육청 장학사 



기계적으로 읽다뇨. 한 사람의 삶이 담긴 글인데...


대학에서 선발 업무를 담당하는 박 선생을 오랜만에 만났다. 

매우 성실한데다 교육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기에 그와의 만남은 내게 늘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오늘도 그랬다. 


“학생부 기록을 읽고 선발하는 사람들은 마음가짐이 달라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교생활기록부는 지나친 행정과정만 남은 지 오래다.

무리하게 기록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탓에 교사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지도 오래다. 챗GPT가 등장하고, 짧은 기간에 많은 학생을 기록하다 보니 실수도 생긴다. 매년 학년말이면 모든 교사가 학생부 기록에 매달리는 촌극이 벌어진다. 검토과정을 몇 번이나 거치고 결재과정도 절대로 건너 뛰면 안 된다. 불미스런 사태도 종종 벌어진다. 학교 외부 사람이 작성한 기록을 가져와 올려달라고 강짜를 부리거나, 하지도 않은 일을 써달라고 억지부리는 학생도 생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성된 서류를 대학에서 선발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읽고 서열을 매겨야 한다. 


대입 수시에는 학생부가 중요한 전형이 있다. 

평가를 맡은 한 동료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서류를 처리한다고 자랑했나보다.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계적으로 구분지으며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색을 낸 것이다. 박 선생은 바로 이 대목에서 화가 났었다고 한다. 



“그 동료에게는 빨리 처리해야할 서류인 거예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요. 학생부는 한 학생의 3년 삶이 고스란히 담긴 건데요.”


박 선생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마웠다. 

선발하기 위해 기록하는 문건이 아니라 학생부 기록은 그 학생의 3년을 담은 흔적이라는 점, 이 학생이 어떤 변화를 보였고, 더 나아진 점은 무엇이고, 관심을 덜 보인 것은 또 무엇인지를 살필 수 있다는 말을 실무자 목소리로 들으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학생부가 어느 순간 선발도구로 사용되는 바람에 지금은 그저 뼈만 앙상한 상태지만, 그래도 학생의 3년을 정리한 문건은 학생부 밖에 없지요.”


어찌됐든 학생부는 그 학생이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다. 

기록이 대입에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기보다는 학생의 활동을 담아야 한다. 기록하는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그 아이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몇 등이라는 성적만이 그 아이의 3년인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그가 남긴 여운이 길게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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