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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Dec 13. 2024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

이게 마지막 대정부 질의라고 생각했는지, 늘 정돈되어 있고 이성적이었던 그의 어조는 강렬하고 폭발적이었다. 분노가 가득 담겼다. 

https://youtu.be/z6dQ23c93v4


그의 발언을 듣고 나의 삶을 살폈다. 살펴보게 되었다.


'나는 어떤 일에 분노하며 사는가? 나의 목표와 지향은 무엇인가?'라는 것조차에는 도달하지도 못했다.

나는 왜 짜증을 내는가, 나의 욕망은 얼마나 하찮은가, 나는 한 인간으로서 아주 평범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간성,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을 갖추려고 노력했는가, 그것을 베풀고 있는가, 베풀 수 있는 사람인가. 나의 욕망은 무엇을 향해 있는가, 어디로 향해있는가, 나의 평범한 일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이념은 무엇인가. 지금 일상에서 내가 가장 조바심을 내며 아등바등 도달하려는 그곳은 어디인가, 그것은 무엇인가.


형이 확정되고 마지막 공식 발언에서 그는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했다. 

내가 어찌 이 사람과 같은 삶의 태도를 갖추고 이 사람과 같은 삶의 행로를 만들어내겠느냐만, 나도 이제 좀 더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좀 더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되는 것을 내 삶에서 좀 더 중요한 가치와 목표로 삼아야겠다.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牌) 대신에 왕궁(王牌)의 음탕(淫蕩)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불잡혀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派兵)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려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悠久)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 수용소의 제십사(第十四) 야전 병원(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 소리를 듣고 그 비명(悲鳴)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뭇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洞會)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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