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월의 나무


○ 11월의 나무


11월의 단풍은

새벽이슬을 마시고 취했나 보다.

저리도 얼굴이 붉게 물든 것을 보면..


11월의 나무는

지나간 시간을 뿌리 속에 깊이 묻어두고

아직 더 남은 시간 동안 동토를 다져나간다.


11월의 나무는

초야의 신부인가 보다.

서서히 한 겹씩 옷을 벗어도 부끄러움 없는 걸 보면...


11월의 잎새는

성자인가 보다.

자신을 비우고 아래로 내려놓는 걸 보면..


11월의 나뭇잎은

체조선수인가 보


난도 높게 공중돌기하다가

가볍게 착지하는 것을 보면..


아직 더 남은 가을날

그리운 그대는

찬서리를 견디는 국화처럼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 풍경이려니..


11월의 나무는

사랑의 정염에 뜨거운가 보다.

저리도 용광로처럼 타오르 것을 보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내의 이빨을 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