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후에 오는 것들_ 쁘쯔뜨끄와 책 이야기
사랑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공지영 / 소담출판사)
20살 갓 대학생이 된 나는 일본소설을 좋아했다.
학교 앞 예전 코엑스 지하 반디앤루니스는 내 좋은 도서관이었다.
학교에 도서관이 없었고, 살던 곳 주위에 도서관이 없었다.
주로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야화 그리고 일본 소설이었다.
그 때의 나는 츠지 히토나리/에쿠니 가오리에 환장하던 시절이다.
덤덤하게, 일본 영화같은 흐릿함이 있는 소설.
작은 책 사이즈에 한 두 시간이면 금방 읽어버릴 분량.
지금은 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루키 소설도 잘 읽히지 않는다. 읽는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정도?
그런데 20살부터 21살까지는 주로 이 책들을 읽었다.
츠지 히토나리,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그 중에 이 책이 있었다.
사랑후에 오는 것들.
핫하던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 작가의 책.
오래 전 이 책을
동생 집에 와서 마주하게 되다니......
동생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오다가다 만지작 거리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읽어버렸다.
21살, 짝사랑이 한참이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공지영 작가쪽이 아니라, 츠지 히토나리 쪽으로.
29살, 지금의 나는 어떤가.
그 안타까이 고운 마음 마음들이 덧없다는 걸,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린 다는 걸 알아버린 후여서 일까.
책은 흐릿하게 필터 껴 있던 것 같던 21살과 달라있었다.
내 마음이 이미 폐허인데......
공항에서 우연히 재회하던 오래 전 연인의 마음도,
몰래 찾아가 호숫가 달리는 그녀를 스쳐보기만 한 마음도,
함께 달리는 그 장면도.
왜 이리 고깝게 보이는지......
그리고 알았다.
21살이 지나고, 더 이상 그들의 소설을 읽지 않았던 이유.
22살 사랑이라 믿었던 마음을 알아버렸다.
그들의 소설보다 더 선명하고, 또렷하고, 아픈.
오늘 읽은 책으로 또 알았다.
앞으로 한동안 또 그들의 소설을 읽지 않을 거란 걸.
온 마음 주고도, 결국 돌아 오는 건 바스러지는 마른 낙엽보다도 못한 마음이었다는 것.
그 마저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난 지금 그 마음 탓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래서 책은 읽는 순간 독자의 마음이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이 든다.
사랑후에 오는 모든 것들......
사랑,
사랑,
사랑,
22살의 나는 정말 사랑을 시작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