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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Aug 10. 2016

지금 내 이동 도서관에는...

심야 이동 도서관_쁘쯔뜨끄와 책 이야기



심야 이동 도서관 (오드리 니페네거, 이숲)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그랬다.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좁은 집에 쌓여있는 책을 정리하려고 했고,
어떤 책을 버려야 하나, 한 권 한 권 책을 펼쳐봤다.

회사를 그만둘 때, 부장님이 사 주신 책.
찬바람 냄새 나기 시작하면 꼭 읽는 책.
짝사랑이 내 인생 고민의 전부였던 21살에 읽은 책.
코엑스 교보문고 한 쪽 구석에 앉아 읽고 읽고 또 읽다 알바비 받은 날 기어이 사 들고 온 책.
소개팅하러 나선 날, 너무 일찍 도착해 서점 기웃거리다 무심히 집어 들었던 책.

결국 책을 버리지 못하고,
그래! 책이랑 내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보자!
하고 시작했던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옆자리 앉은 수서담당 예지씨의 추천으로 읽은
심야 이동 도서관은, 내 이야기와 꼭 닮은 책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저자가 쓴 단편을
그림책으로 엮은 이 책은.
책을 좋아한다면,
무언가 계속해서 읽고 있다면,
아무 의미없이 그저 읽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지금.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문득문득 의문을 품고 있다면
읽기를 추천한다.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최근 내 이동 도서관 서가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을까?
한동안 제안서와 팜플릿만 읽느라, 그것들만 가득 꽂혀 있을까?
읽다가 덮어버린 중간에서 멈춰버린 책들만 가득 꽂혀 있을까?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책일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책일까?

내가 왜 책을 읽는지,
책과 함께 덮여 있는 내가 지나 온 시간들, 또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이  어떤 모습일지.
자꾸만 생각해보게 한다.

남자친구와 싸우고 거리를 헤매던 여자.
새벽녘 길 가 불밝히고 있는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간다.
심야 이동 도서관.
여자는 서가를 가만히 돌아보는데, 웬 일인가.
낯익은 책들이 가득한 서가에서 어린시절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 이동도서관은 문을 닫고 사라진다.

여자는 한동안 이 도서관을 찾아다니지만, 여의치 않다.
그러다 우연히 또 한번 마주치게 된 이동도서관.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 이야기를 해주고싶은데,
다분히 스포일러가 될 이야기인지라 하지는 않겠다.

나도 언젠가 이동 도서관의 사서가 될 날이 있을까.
누군가의 서가를 함께 돌보며,
그 누군가의 인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은 꼭 읽어 봤으면 좋겠는 책이다.



이동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어요!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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