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저녁 Jun 26. 2019

자존감이 낮은 사람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 아니다. 이미 심각하게 앓고 있는 상태인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자신의 자존감이 너무 낮아 매번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인과관계없이 지어낸 생각들에 사로잡혀 하루 걸러 하루 꼴로 우울하다. 우울한 감정에 휩쌓여 하루종일 허덕대다 아이가 하원하는 때에 맞춰 하는 수 없이 쓸어담아 쌓아놓는다. 언제든 무너질 것 같이 위태위태한 이 감정의 거적떼기들.


세상 모두가 풍족한 것 같고 세상 모두가 자기 삶에 열심인 것 같은데 나만 그 '평범'의 길에서 벗어난 것 같은 이 외로움이 사실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란 것을 안다. 많은 수의 사람들 또한 타인과의 비교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이 감정을 느끼거나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여러차례 되새겨도 이 끈적한 자기비하적 감정은 도통 나에게서 사라지질 않는다. 


그래, 우울증은 배부른 병이란 말이 말도 안되는 말이란 것을 안다. 그런 말들로 심각하게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이죽거리는 이들 역시 감정의 문제들을 겪고 있다는 것 또한 안다. 그럼에도 배부른 병이라는 말은 나에게로 와 박혀 내 처지를 돌아보게 만들고 감정을 느끼는 행위를 더 곤궁하게 한다. 정말 내가 다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이, 그렇게 쫓기듯 바쁘지 않아서, 이렇게 무언지도 모를 통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앓고 있는 것인가...행복한데 행복을 외면하고 스스로가 불행하기를 바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 자신에 대한 신뢰회복이 간절한데 엄마로 지내는 동안 끊임없이 갉아먹은 자존감이 날 지지해주지 않는다. 변화를 꿈꾸며 이력서를 쓰고 기분을 한껏 끌어 올렸던 어제와 이런저런 개인적인 상황에 주저앉아 차갑게 식은 팔꿈치의 시큰함을 온 마음으로 느끼는 오늘의 괴리. 


눈물이 나오질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장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