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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titudo May 30. 2023

[영화 감상] 줄리아의 인생극장 (스포 있음)

Le Tourbillon de La Vie-인생의 소용돌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아니 수도 없이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도 종종 아니 꽤 자주 하는 생각이다.


"만약 독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보았다면?"

"만약 베트남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만 회사 생활을 했다면?"

"만약 그때 A가 아닌 B를 만났더라면, 아니면 C를 따라 하와이에서 살게 되었다면?"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상상으로만 이루어지던 일들을 영상으로 구체화한 영화가 있다.


'줄리아의 인생극장'

프랑스어 제목을 직역하자면 '인생의 소용돌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한국어 제목도 잘 번역했고, 프랑스어 제목도 잘 지은 것 같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같은 질문이 제시된다.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정해진 운명? 찰나의 선택?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영화의 내용은 줄리아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다만 보통 일대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줄리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의 결과를 비교하며 보여준다.


서점에서 마구잡이로 집은 책을 떨어뜨리며 시작된 대화로 만남이 이어진 폴. 폴의 직업은 물리학자. 수학 계산식을 통해 미래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본인의 흥미와 적성을 살려 은행에 취직해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일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줄리아와 폴의 대비가 흥미로웠다. 줄리아의 인생은 찰나의 선택으로 인생이 180도 바뀌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 그 자체이다. 반면 폴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기 좋아하며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줄리아의 크고 작은 선택, 우연에 따라 그녀의 인생은 총 4가지로 갈라졌다.

아이 없이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한 삶, 사고로 손을 다치고 아이도 가질 수 없어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접고 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사는 삶, 아이는 있지만 남편이 절친과 바람을 피우고 이성을 잃어 나락으로 빠진 삶, 아예 파리를 떠나 베를린에 정착하는 삶.


이 각자의 삶에서 줄리아의 생활 패턴, 주위의 사람들, 직업 등 모든 여건들이 다르다. 아주 작은 우연이 일어났을 뿐인데, 순간의 선택을 했을 뿐인데 인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다. 하지만 제각각인 인생의 소용돌이에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가든 항상 행복한 일들만 일어나는 건 아니며 희로애락이 모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한 삶을 사는 줄리아. 절친인 에밀리는 아이 둘을 키우는 데, 전 세계 투어를 다니며 자유롭게 사는 줄리아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정작 줄리아는 마음 두고 정착할 가족이 없어 공허함을 느낀다.


학교 음악 선생님으로서의 삶. 계속되는 인공 수정 실패로 결국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고, 영재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 상기될까 봐 일반 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며, 그중에 문제아였던 한 아이는 훗날 유명한 지휘자가 되며 줄리아에게 그 공을 돌린다.


영화를 보며 나에게 두 개의 선택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가지는, 어차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내 인생에 비극은 존재할 것이니 대충 살자는 마인드. 나머지 하나는 그 반대로 내 삶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내 인생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나의 노력과 선택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믿음.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데 이보다 더 충분한 이유가 있나 싶다.


줄리아의 인생극장을 보며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EEAAO)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이 있다면 EEAAO는 찰나의 선택으로 달라지는 인생들이 멀티버스로 우주 어딘가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영화들이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사는 게 팍팍하다 보니,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문과가 아니라 이과로 전공을 정했으면 어땠을까?' 등의 현실부정의 행복회로를 돌리다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난 영화를 보고 오히려 동기부여를 얻었다. 내가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어도 어차피 나름의 어려움이 또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꾸 가정법 사고를 하지 말고, 내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가장 큰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자. 어려움은 어딜 가든 항상 있을 것이니 회피하지 말고 맞서 부딪쳐 더 단단해지자. 나의 인생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글을 남기고 싶게 한 좋은 영화를 보게 되어 기분이 좋다.

우리 모두의 인생 파이팅.


꽃길만 걸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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