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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리 Jul 02. 2020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미스 제주댁 이야기 │#제주살이 #나의꿈 #우리의미래



예전의 나를 잊고 있었다.

섬에 와서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여행인 듯 삶인 듯한 생활 속에서,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문제가 생기고 막힐 때마다 여행을 떠나 답을 찾았다는 것을.






제주에 오기 전까지 그와 심각한 이야기들을 꽤 많이, 꽤 자주 나누었다. 나의 꿈과 미래에 대해서. 워낙에 스트레스받고 있었던 문제였고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는 나에게 작고 큰 병을 동반하고 있었기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하고자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화는 늘 도돌이표. 대부분 이야기의 끝은 나의 눈물이었다. 하고 싶은 일에 모든 열정을 쏟고 최선을 다할 때마다 안 좋은 끝을 마주해야 했기에 꿈을 버리려 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앞으로 어떻게, 무얼 하며 살아야 할까'에 대한 혼자만의 고민은 결국, 많은 이들의 걱정과 골칫덩이가 되었다. 곁에서 늘 나를 지켜보는 그에게도, 걱정거리 다 큰 딸을 둔 우리 부모님에게도, 나의 몫까지 짊어지고 있어 늘 어깨가 무거운 나의 자매님에게도, 그런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나에게도.


불행했고 어두웠다. 그간 써왔던 글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늘 불만투성이였고 남 탓을 하기에 바빴다.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그건 다 지나간 나쁜 인연들의 탓이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내는 대결을 하는 것 같았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하루를 가득 채웠다. 그러니 눈물과 분노, 우울과 불면은 당연한 것이었다.


제주에 오면서부터 많은 것들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행복했고 밝아졌다. 섬에서 지내는 나의 하루하루가 특별했다. 흔하게 봐왔던 해와 하늘, 구름과 싫어하던 비까지. 그들의 작은 움직임과 하루하루 변하는 모든 것들을 지켜보며 감탄하고 기록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으면 일주일에 글 하나 적기가 힘들었고 일기를 적는 것도 어려웠는데. 그런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의 메모장을 열어 그날의 기분, 풍경, 사람에 대해 써 내려갔다. 매일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고 한 주에 세 번, 요일을 정해 글을 올렸다. 생각만 하고 있던 유튜브도 시작해 영상을 한 주에 하나씩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통장의 잔고는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줄어들었지만, 꼭 부자가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미소와 기쁨, 행복과 숙면이 당연해졌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해결할 의지와 힘도 없는 상태로, 도피인 듯 여행인 듯 떠나 온 섬. 뜻밖의 쉼표 같은 시간들 속에서 다시 멈추었던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있는 공간이, 이 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함께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하고 싶은 마음속 깊이 있던 밝은 기운을 다시 깨워주었다. 이젠 꿈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압박감이 없이 여유라는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과 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 편하게 즐기다 보니 멀어졌던 꿈은 자연스럽게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다시 찾으면서부터 영영 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문제의 답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그와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그리고 있는 미래, 앞으로의 우리가 함께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꿈이 없다는 말과 눈물, 한숨으로 끝나던 우리의 대화는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계획과 할 수 있다는 믿음, 환한 웃음만으로 가득하다. 나에게 다시 꿈이 생기자, 우리에게도 다시 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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