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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SIGNER Feb 15. 2021

협업이 정말 좋은 걸까?

이상적인 협업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뭐가 이렇게 많을까..


Figma, Sketch, Adobe XD, Protopie, Framer, Invision, Invisio Studio, Marvel, Protopie... 과거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작업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 새부터 하나둘씩 UI 관련 툴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리는 툴과, 프로토 타입을 만드는 툴이 분리되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그리고, 테스트하고, 개발자에게 공유하는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기 시작하였고 뭐하나 익숙해질 때쯤이면 새로운 툴이 주목받는 현상이 종종 일어났었다.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툴이 바뀔 때마다 단축어가 머릿속에서 꼬여 애를 먹는 상황도 생겨났다. (내가 그렇다..)


Figma의 친절한 단축키



지원하는 플랫폼, 서비스 방식, 요금체계, 지원하는 기능 등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디자인 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능이 있다. 바로 협업 기능이다. 대부분의 툴을 소개하는 페이지에는 팀원들이 하나의 도화지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피드백을 남기고, 수정을 하고, 서로 따봉을 날리는 예시를 보여주곤 한다. 



이파리를 더 넣는 거 어때? (출처:Figma)



그런데 과연 그런 일들만 일어날까?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협업이 가능한 툴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던 건 스타트업에 있을 때였다. 소수정예(?)의 디자이너들과 같이 업무를 하다 보니 실제 하나의 도화지에서 동시에 작업을 하는 경우보다는 각자 담당하고 있는 시안의 공유, 확인이 주목적이었다. 협업은 가능하지만 작업자의 공간은 독립적인 구조였다.



피드백은 다 된 다음에 받습니다.


그에 반에 현재 몸담고 있는 팀의 경우 다수의 디자이너, 기획자, 그리고 컨펌을 하는 담당자 모두 피그마로 작업을 하고 있다.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까지 하나의 도화지에서 저마다의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럼 과연 디자인 툴이 제안한 그런 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긴 4명이다. (출처:Figma)



현재 몸담고 있는 팀의 경우 조직개편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피그마를 메인 툴로 사용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스케치였다. 다시 말해 이런 협업은 없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아직 체계를 잡아가야 하는 시점이지만 지금까지 업무를 해보면서 느낀 점을 좀 적어보고자 한다.





범인은 이안에 있다.


모두 디자이너들이 같이 사용하다 보니 모두 수정이 가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디 의견보다 수정이 먼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좌측으로 8px 옮기는 게 어떨까요? 가 아니라 이미 옮겨놓고 의견을 기입하거나 심지어 의견 없이 옮기기만 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원 작업자 입장으로 서는 이게 언제 누구에 의해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 범인은 이안에 있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태다.



다들 누군지 안다..


Figma나 다른 디자인 툴에서는 comment를 남기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아직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피드백을 남길 때 다른 예시 이미지를 첨부하기가 어렵고 바로 즉시 시안 옆에 의견을 적는 게 더 편해서 그런 듯싶다. 


좋긴 한데 너무 텍스트 기반이긴 하다 (출처:Figma)


우선 임시방편으로 기획과 디자인 쪽 의견을 컬러로 구분하게 하고 이름, 날짜를 기입하는 규칙을 만들었지만 언젠가는 comment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누군가 날 보고 있다.


협업 기능이 유행하기 전 작업 과정은 작업자가 로컬에서 작업을 하고 이를 공유하는 형태였다. 중요한 건 작업 중 공간을 분리시킨 건데 이게 협업 위주의 디자인 툴에서는 쉽지가 않다. 완성된 형태라면 모를까 작업 진행을 라이브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나를 포함) 


작업 중간에 컨펌하는 주체가 내 화면을 같이 보고 있다면? 그리고 언제든지 피드백을 남길 것 같은 커서가 내 화면에 같이 있다면? 썩 좋은 환경은 아닐 것이다. 작업을 하는 시점과 피드백을 받는 시점의 분리가 필요 한셈이다.



자 어디 작업하는 것 좀 봅시다 (출처:Figma)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어떤 사안에 대한 피드백을 작업 중인 시안 옆에서 남기는 현상이었다. 그로 인해 작업화면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이게 누구 의견인지, 처리는 된 건지, 반영이 된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우선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기획 쪽 피드백과 디자인 쪽 피드백을 분리하게끔 페이지를 분리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각 페이지별로 권한을 조정하면 더 좋겠지만 우선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 모든 피드백이 섞이는 걸 방지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런 경우 두 페이지의 sync를 맞추는 게 또 다른 업무가 되지만 온갖 의견이 섞여있는 상태보다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그저 임시방편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린다.


협업은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를 다수의 사람과 사용을 해보니 디자인 툴에서 제안하는 이상적인 협업과 현실의 차이가 꽤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입장으로서 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자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지만 아직 체계를 잡아가는 시기이고 모두들 더 괜찮은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작업 과정, 스타일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규칙을 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익숙해진 게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납득되는 피드백은 필수다.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공감과 조직의 분위기라 생각한다. (우리 즐겁게 일합시다.) 


어쨌든 시간이 걸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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