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
이상하게 게임기는...
평소 가전제품, it기기에는 그토록 관심이 많으면서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던 카테고리가 있다. 바로 게임, 게임 콘솔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게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엔딩을 보거나, 진득하니 해본 게임은 하나도 없다.
예전에 갑자기 플레이스테이션 4를 구매한 적이 있었지만 한 달 만에 팔아버리고 ps5, xbox 등 출시된다는 뉴스만 접하던 내게 끊임없이 구매를 고민하게 만든 콘솔이 있었다. 바로 닌텐도 스위치다.
물론 내가 그 콘솔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게임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구매를 고민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아들이었는데 고모부의 스위치로 동물의 숲을 우연히 한번 해본 이후로 이 아이가 현실과 동물의 숲 세계를 혼동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게 빠지더니 결국 갖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도대체 그놈의 동물의 숲이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기기적 스펙이나 그래픽이 다른 콘솔보다 성능적으로 떨어지는 스위치가 대체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를 알고 싶었던 차에 아들의 설날 세뱃돈을 보태어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스위치를 중고로 구하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아들 소유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제품 구성
그동안 스위치는 다양한 스페셜 버전을 출시했었다. 이번에 구입한 모델도 슈퍼마리오 에디션이었는데 슈퍼마리오의 빨강과 파란색을 메인으로 꾸며진 모델이었다. 사실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해도 기기적은 성능 차이는 전혀 없이 오로지 컬러의 차이만 있을 뿐인데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특별함이 꽤나 괜찮다. 매니아적인 일본 제품 특징답게 액세서리도 같이 구매하지 않으면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본체의 해상도는 1280-720이라는 요즘 디바이스 기준으로는 상당히 낮은 해상도다. 하지만 딱 휴대용 모드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픽 성능도 엄청하지 않다. 오히려 요즘 스마트폰 게임이 더 좋아 보인다. 하지만 휴대성을 기준으로 보면 충분한 수준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기기 자체의 성능과 마감은 모든 게 딱 이 정도다. 최고 수준이 아닌 적당한 휴대성, 적당한 성능, 적당한 가격을 위해 맞춰져 있다. 36만 원의 가격이 저렴한 건 아니지만 IT제품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향된 시점에서는 그나마(?) 납득이 되는 수준이다.
이래서 인기가 있나 보다
몇 주 동안 사용을 해본 결과 정말 매니아적으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콘솔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해보면
게임에서 손맛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그만큼 콘솔 회사들도 이 컨트롤러를 디자인하는데 공을 많이 들이는데 그에 비하면 스위치의 컨트롤러는 작고 버튼 누름도 그리 좋지 못하다. 하지만 스위치에는 컨트롤러를 손으로만 조작하지 않고 몸으로, 링 피트처럼 기구에 부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온몸이 컨트롤러가 되는 셈이다.
소파에 앉아서 손가락으로만 즐겼던 게임과 온몸을 사용해서 해야 하는 게임은 분명 다른 경험을 준다. 왜 오락실에서 앉아서 하는 게임기보다 펌프와 같은 몸으로 하는 게임의 가격이 더 높은 걸까? 몸을 컨트롤러로 쓰는 게임은 그만큼 다른 경험을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티브이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콘솔과 달리 스위치는 어디에서든 게임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퇴근 후 집에서 하는 게임이 아닌 지하철, 회사, 장소를 가리지 말고 게임에 중독되길 바라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꽤나 적중한듯하다. 혼자서 하는 게임은 조이콘(컨트롤러)을 붙이고, 같이 해야 하는 게임은 dock에 연결해서 바로 티브이로, 야외에서 같이 할 때는 디스플레이를 세워서 하면 된다. 정말 하루 종일 게임하라고 만든 디자인이다.
젤다의 전설과 같이 혼자 하는 타이틀도 있지만 닌텐도 스위치의 이미지는 혼자보단 여럿이서 같이 하는 것에 더 가깝다. (광고에서는 온통 게임을 같이하는 것만 나온다.) 이를 위한 타이틀, 디바이스의 디자인, 컨트롤러 등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같이하는 재미'에 맞춰져 있다.
닌텐도 wii때부터 본격화된 이런 전략은 다른 콘솔보다 그래픽이 낮은 간단한 게임 위주라는 이미지에서 스위치로 오면서 그 간격을 상당히 줄인듯하다. 한마디로 같이해도 괜찮은 게임, 혼자 해도 괜찮은 게임이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모두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UX
스위치를 하면서 종종 했던 말이 '참 잘 만들었다'였다. 링 피트에서 동그란 모양의 밴드를 가지고 만든 여러 운동 자세들, 휴대용으로 사용하다가 dock에 꽂았을 때 바로 티브이가 켜지고 게임 화면이 나올 때처럼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위해 세밀하게 신경을 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터치를 하고 표현된 정보를 화면에서 읽는 것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들은 사용자의 입력과 결과를 출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게임 콘솔이 더 좋은 그래픽, 화려한 효과로 '출력'에 중점을 둔 반면 게임을 위한 다양한 '입력'을 고민한 스위치는 확실히 같이 하는 게임의 경험을 가장 잘 만드는 콘솔인 거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본 제품 중 가장 UX를 많이 고민한 제품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저스트 댄스로 같이 즐기고, 젤다의 전설을 혼자 했던 닌텐도 스위치였다.
쓰고쓰기 - 써본 제품만 다룹니다. 저도 최신 제품 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