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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같지않은 중고

아이폰 XR

by NEO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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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지름의 이유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지름 이유를 찾아내었다. 새로 옮긴 팀에서 사용할 테스트 기기가 필요하다는 이유. 보통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지만 (물론 이 팀에서도 테스트 기기를 가지고 있다.) 왠지 모르게 내 소유의 테스트 기기를 가지고 싶었고 안드로이드 유저인지라 아이폰을 구매하게 되었다. (참 변명도 가지각색이다.)


IMG_1493.jpeg 요즘 기준으로는 오히려 싱글 카메라 디자인이 깔끔해서 좋다.


내가 구매한 모델은 아이폰 xr이다. 2018년 9월에 공개된 모델이니 출시된 지 2년이 훌쩍 넘은 모델이다. 물론 최신 기기를 사면 더 좋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가격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했다. 가격 기준으로 한다면 아이폰 8이나 se2 시리즈도 있지만 페이스 ID가 들어간 제품을 사용해보고 싶어 xr을 구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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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긴 좋다


애플 제품이 다 그렇겠지만 역시 마감하나는 참 좋았다. 2년이 지난 제품이지만 견고한 만듦새와 지금 사용하기에도 쓸만한 성능, 좋은 품질의 화면, 스피커, 뭐 두루두루 잘 만든 제품이다.



IMG_1495.jpeg 좌우상하 완벽한 균형


디자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건 베젤 부분이었다. LCD를 사용해서 OLED 화면보다 상대적으로 두꺼운 베젤을 가지고 있으나 좌우상하 동일한 두께의 베젤을 적용하여 안정감을 주는 게 좋았다.


플래그십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미세하게 위아래 베젤의 두께가 다르거나 좌우의 경우 엣지디스플레이처럼 4방향의 베젤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거에 비하면 확실히 균형이 주는 안정감은 아이폰의 디자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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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좋은데, 아이폰은 왜 비쌀까?

알다시피 아이폰은 비싸다. 신제품이 비싸면 당연히 중고를 알아보게 되는데 문제는 아이폰은 중고 가격도 비싸다는 점이다. 대체 왜 비쌀까? 애플에 대한 팬심, 디자인, 브랜드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 생각한다.


iphone-xr-gallery1-201809.jpeg 지금 써도 괜찮아요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칩셋은 안드로이드 칩셋 대비 1~2년 정도 성능이 앞서있다. 여기서 앞서 있다는 말은 안드로이드 칩이 느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둘 다 매우 좋은 성능을 제공한다. 중요한 건 1~2년 정도 앞서있는 수치상 성능이 1~2년 후에도 최신 제품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즉 중고 = 성능은 좀 뒤처지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깨는 것이다.


Screen Shot 2021-03-18 at 9.31.04 AM.png 안드로이드 최신 기준과도 그리 밀리지 않는 성능이다. (출처:nanoreview)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지원도 한몫한다. 안드로이드 계열 대비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기에 중고 제품에서도 최신 제품의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중고제품에서 최신 제품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셈이다.



Screen Shot 2021-03-18 at 9.33.21 AM.png 아이폰6s는 무려 5번째 메이저 업데이트다 (출처:statista.com)



또한 변화가 크지 않은 디자인, 흔히 말하는 질리지 않는 디자인 또한 중고제품을 중고처럼 보이지 않게 한다. (전면 기준으로는 사실 아이폰 x이나 아이폰 12나 큰 차가 없다.) 이처럼 아이폰의 성능, 지원, 디자인 3가지 요소가 서로 맞물렸을 때 결론은 '중고 같지 않은 중고 아이폰'이 된다.


Screen-Shot-2021-03-18-at-9.38.03-AM.jpg 잔존가치 48.5% vs 30.1% (출처: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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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구매비용을 싸게 보이게 하는 기술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은 중고 가격의 방어로 이어진다. 1~2년이 지나도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이면, 새 제품 가격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특히 요즘 MZ세대들 경우 제품을 구입할 때 중고 가치를 고려하면서 소비를 하기에 이들에게 아이폰의 비싼 가격은 안드로이드 대비 낮게 느껴지게 된다. (애플이 비싸게 파니 안드로이드도 비싸게 판다.. 참..)


IMG_1497.jpeg 확실히 베젤이 두껍긴 하다


예를 들어 150만 원 새 제품을 150만 원을 쓴다고 보는 게 아니라 2년 뒤 60만 원의 중고 가격을 뺀 90만 원으로 제품을 구입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참 좋은 논리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신뢰가 높은 중고 가격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초기 구매의 부담감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는 이 구조, 아마도 애플은 아이폰 x을 기점으로 높은 가격정책을 가졌을 때부터 아마 이런 구조를 예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팀 쿡 당신이란 사람은..)


4ya9GTRfBz9XlfjYa9RKh7NSzx4.jpg 괜히 이소리를 한 게 아니었구나..


아이폰 xr을 몇 주 사용해본 결과 메인 폰으로는 이제 못쓸 거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렇기에 이제 앞으로도 종종 중고 아이폰을 기웃거리게 될 거 같다. 몇 년 지난 거라도 괜찮은 게 아이폰이니까.


쓰고쓰기 - 써본 제품만 다룹니다. 저도 최신 제품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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