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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SIGNER Sep 28. 2021

현실적인 사치

젠하이저 hd560s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살다 보면 가끔 그 분야의 최상급을 경험해보고 싶은 바람이 생길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맛있는 초밥을 먹을 때 호텔 일식집의 초밥은 무슨 맛일지를 궁금해하는 식이다. 비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에서 최상급의 경험에 대한 궁금증은 가전제품 쪽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OLED로 넷플릭스를 보면 어떨까..


최상위 맥북의 성능은 어떨까? OLED 티비의 화질은 어떨까? 가장 고화소의 디지털카메라는 어떨까? 무턱대고 가격만 비싼 제품은 궁금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비현실적이기에..) 보너스라도 생기는 순간 한 번쯤은 고민해볼 법한 제품들이 몇몇 있었지만 도저히 그 범위를 가늠하기 힘든 카테고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음향기기였다.



놔둘 데도 없고, 돈도 없고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스피커야 집에 놔둘 데도 없으니 어차피 비현실적이었고, 자연스럽게 이어폰, 헤드폰, 그리고 음원을 재생하는 디바이스에 관심이 있었다. 고음질의 음원은 어떤 느낌일까? 비싼 이어폰의 음질은 어떨까?, 하지만 다른 제품 카테고리와 다르게 음향기기의 가격 범위는 넓어도 너무나 넓었다.




나름 알뜰하게 경험해왔다.


몇천 원짜리 번들 이어폰에서 500만 원 이상의 이어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플레이어 등 현실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제품은 너무도 많았다.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와 현실적이지 않은 가격대, 자연스럽게 찾게 된 건 소위 가성비가 괜찮은 음향기기였다. 그런 관심으로 7만 원짜리 꽤나 괜찮은 DAP인 LG q9 one을 구했고, 10만 원대 중반의 소리 좋은 final 이어폰도 만족하면서 쓰고 있었다. (여기에 고음질 음원을 제공하는 TIDAL까지도..)



지금도 잘 쓰고 있는 final e4000



그러던 중 젠하이저에서 새로운 헤드폰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뭐든 이런 갑작스러운 소식이 문제다..) 그리고 앞선 테크 리뷰어들의 공통된 의견은 가성비가 좋은 헤드폰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또 마케팅에 걸려들었고 HD560s를 구매하게 되었다.


유튜브를 끊던지 해야지...




27만 원짜리 가성비


27만 원에 구매한 헤드폰, 절대 싼 제품은 아니지만 확실히 기존에 인지하고 있던 쓸만한 헤드폰의 가격 범위 (보통 50만 원 이상) 보다는 저렴한 제품이었다. 넉넉한 쿠션감, 부피 대비 가벼운 무게는 확실히 음악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제품 자체의 구성, 질감은 저렴함의 프레임을 깨지 못했다. 파우치 하나 없는 구성에 금속의 질감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재질, 그나마 다행인 건 제품의 마감은 좋은 편이었다.


빵빵한 쿠션


하지만 착용감은 이전에 사용했던 보스 q35보다 한수 아래였다. 특히 나처럼 머리가 큰 사용자에게 HD560S의 밴드는 간혹 답답하다는 느낌을 줬다. (제품 문제라기보다 내 머리 사이즈가 문제…)


박스는 거대하지만 내용물은 부실하다



27만 원짜리 사치


기본 임피던스가 120옴이기에 LG q9 one에 연결 시 전문가 모드로 잡히게 된다. (일반 이어폰은 임피던스가 낮아 별도의 저항 잭을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TIDAL의 Master음원을 재생하면 바로 27만 원의 사치스러운 음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정확히 뭐가 어떻게 좋다는 표현을 하긴 어렵지만 뭔가 더 또렷하게, 뭔가 더 풍성하게 들리는 느낌을 받기엔 충분했다.


전문가 음향기기라니!




그렇다면 이제 무조건 음악은 이걸로 즐기고 있을까?


만족감이 높은 제품임에는 분명하다. 지금도 후회 없이 잘 쓰고 있지만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아니었다. 우선 음악을 듣기 전 각(?)을 좀 잡아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귀찮을 때가 있다.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듣고 싶을 때 걸리적거리는 선을 배치하고 귀에 무언가를 덮는 행동을 하는 건 조금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이어폰 단자도 무시무시하다.


또한 오픈형 헤드폰이라 내가 재생하고 있는 음악소리가 밖으로 조금씩 들리는데 혹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신경 쓰게 된다. 사용 중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면 헤드폰을 빼는 과정도 이어폰 대비 부담스러운 액션이었다.



오픈형이라 소리가 줄줄 새는...



각(?) 잡고 음악 들을 때 최선의 방법


음악을 듣는 경험을 생각해보면 간편함이 필요한 경우와 각 잡고 듣고 싶은 경우 크게 두 가지인 거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출퇴근 시에는 간편한 무선 이어폰이 적합하고, 업무 중이거나 누군가가 말을 걸지 않았으면 할 때 (헤드폰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 생각한다.) 좀 각 잡고 음악을 즐기곤 한다.



MQA음원을 듣는데 이 정도 수고로움쯤이야..


확실히 이 제품은 걸어 다니거나 지하철에서는 사용하기 정말 힘든 제품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즐기는 타입이라면 몰라도..) 조금 각 잡고, 조금 더 괜찮은 음질 경험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과정, 헤드폰 선을 정리하고 귀를 덮는 행위를 하게 만드는 그런 제품이라 생각한다.


마치 한잔의 녹차를 위한 다도(茶道)처럼 말이다. (정작 녹차는 않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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