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갤럭시폴드 2사용기
3.5인치로 시작한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화면을 점점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 무색할 만큼 화면의 사이즈는 커졌으며 소비자들은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적응해왔다. 화면이 커진 만큼 제품 자체의 사이즈가 커져 그 한계치가 있을 것 같았지만 물리 버튼을 없애고 화면의 베젤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사용, 화면의 크기를 늘리는 시도는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아무리 베젤이 줄이고 버튼을 없애도 6인치의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이 궁극의 기술을 갈아 넣는다 한들 6인치 이하의 사이즈를 갖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작은 부피에서 큰 화면을, 어찌 보면 말이 안 되는 이 목표를 저마다 다르게 해결하고자 각 제조사들은 노력을 하고 있다. 화면을 접거나, 화면을 돌돌 말거나, 아니면 그냥 화면을 여러 개 넣거나.
각 제조사들이 새로운 폼팩터를 선점하기 위해 접히는 방법을 달리 하면서 제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건 안으로 접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벌써 3번째 버전이 나올 정도니 다른 방식이 이를 따라잡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예전 글처럼 갤럭시 투고 서비스를 통해 갤럭시 폴드 2를 며칠 사용해보았었다. 제품 자체는 매우 마음에 드나 무게라는 단점이 매우 크게 다가왔고 아마도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결론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출고가, 학생 할인의 유혹과 더불어 새로운 폼팩터 말고는 뭔가 지르고 싶어 하는 적적함을 달래줄 수 없을 거 같아 결국 구매를 하였고 그렇게 3달 정도 사용하고 있다. (정말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폴드3로 제품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며칠 써보고 반납하는 식이 아닌 이제는 정말 메인으로 사용해야 했고, 그렇게 3달을 써본 결론은
무게의 단점보다 큰 화면의 장점이 훨씬 큰 제품이라는 점이다.
분명 무겁다. 빌려 쓸 때와 달리 케이스도 끼우고 그립도 끼우면서 더 두껍고 더 무거운 스마트폰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폴드 사용자들에게 그립은 필수다.)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부담스럽기 짝이 없으며 계속 들고 다니기에는 확실히 무거운 제품이 맞다. 하지만 이 무거움 말고는 딱히 단점을 찾을 수 없는 제품이기도 하다. (무거움이 워낙 강렬해서 웬만한 단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새로운 갤럭시 폴드 3가 출시될 때 언론 인터뷰에 이런 말이 나왔었다. '한번 써보면 다시 못 돌아간다' 이런 자신감(?) 넘치는 의견을 보통 좋아하지 않지만 폴드 4가 나온다면 다시 구매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yes'다.
가벼운 스마트폰과 무거운 태블릿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무거운 갤럭시 폴드를 항상 휴대하는 것을 비교해보자. 예전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그때그때 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항상 무거운 기기를 지니고 있는 것에 부정적이었지만 갤럭시 폴드를 몇 달 사용해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작은 화면에서 큰 화면으로 전환이 바로바로 가능하다는 점이 무게의 부담보다 훨씬 더 큰 만족을 줬다.(가방 속에 있는 태블릿을 꺼내는 것과 손 안에서 큰 화면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역할을 한다는 것보다 화면 사이즈의 변경이 손 안에서 즉시, 언제나 가능하다는 점은 한번 써보면 다시 못 돌아간다는 그 자신만만함의 이유라 생각한다. 이전에 그 어떤 제품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능이라 더 크게 와닿는 듯싶다.
출퇴근길에 좀 더 넓은 화면으로 이메일을 볼 때, 펼쳐진 화면이 차에서는 대형 내비게이션으로 바뀔 때 (테슬라가 이런 느낌 일까..), 태블릿 없이 식당에서 아이에게 좀 더 큰 화면으로 유튜브를 보여줄 때, 모두가 최초의 경험이고 꽤나 괜찮은 경험이었다. 큰 문제없이 잘 쓰게 된다면 아마 다음 스마트폰은 폴드 4가 될듯하다.
더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과 화면을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확실히 개선된 경험보다는 최초의 경험이 주는 충격이 훨씬 크다는 걸 알려준 갤럭시 폴드 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