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모 포켓 2
두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누군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약간의 주저함을 보이면서 말할 거 같다. “사진 찍고, 영상 남기는 거요.” 주말마다 어디 나갈지를 고민하고, 그 고생(?)을 하고 집으로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진과 영상을 아이패드에 옮기는 일이다. (현재 아이패드의 유일한 쓸모)
영상에서 화질도, 색감도 큰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도 계속 관심을 가졌던 건 흔들림 없는 영상이었다. 렌즈가 움직이고, 센서가 움직이는 방식으로 그나마 그런 효과를 보긴 했었지만 짐벌이라는 장비를 알게 된 후 기존 방식에 한계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참 간사하다…)
우선 시도해본 제품은 스마트폰 짐벌이었다. 카메라 짐벌보다는 간단한 구성이었고 저렴하고 나름 그 효과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부착하고 무게중심을 조정하고, 그러다 전화가 오면 이걸 다시 빼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영상 촬영 전용 스마트폰도 사보았지만 그렇게 오래 사용하진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짐벌을 들고 있는 모습이 좀 유별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은 부끄러웠다..)
카메라용 짐벌과 스마트폰용 짐벌 모두 영상을 담는 기기와 흔들림을 잡아주는 기기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그게 당연할 줄 알았다. 그리고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카메라 기능과 짐벌 기능이 합쳐진 형태의 제품이었다. 작은 크기에 짐벌과 카메라 기능을 넣은 건 호기심을 사기 충분했고 꼭 한 번쯤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즈모 포켓 2를 사게 만들었다. (내 탓이 아니라는 말이다.)
제품은 작았다. 어떻게 짐벌 기능을 할까 싶을 정도로 작게 느껴졌다. 중국 제품이라고 무시하지 못할 브랜드 중 하나인 DJI인 만큼 마감도 굉장히 훌륭했다. 무언가를 영상으로 담기 전 이렇게 요란하게 준비하는 기기도 없는 거 같다. 전원을 켜자마자 로봇 관절처럼 움직이는 짐벌 축은 딱히 뭐가 없는 상황에서 괜히 제품을 켜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작은 것이 그렇게 움직이면 가끔 기특하다는 생각도 든다.)
작은 제품이 주는 장점은 분명했다. 덜 유별 나보이는 사용성, 그리고 가벼움. 카메라 대비 초기 기동 속도가 빠른 것도 만족스러웠다. 단순히 전원이 들어오는 게 아닌 기계적으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을 담기에 충분히 빨랐다.
사용성만큼 만족스러운 건 카메라 본질인 화질이었다. 과거 고프로를 사고 화질에 실망하여 일주일 만에 판 경험이 있었기에 사실 이 작은 제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1세대 대비 커진 센서, 그리고 후처리가 괜찮아서일까? 주간은 말할 것도 없고 야간에서도 상당히 쓸만한 화질을 보여줬다. (물론 내 기준이다. 노이즈? 물론 있다.)
내 기준에 이 제품의 가장 큰 단점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카메라로 영상을 찍을 때는 관심도 없던 아들도 로봇 관절처럼 움직이는 이 제품을 보면 호기심이 폭발하곤 한다. 문제는 억지로 힘을 가하면 안 되는 축 부분을 정말 로봇 가지고 놀듯이 만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들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최대한 멀리서 촬영한다.)
그다음 단점은 영상파일 이동 시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내 기준으로 아이패드에 직접 연결해서 파일을 옮기는 경우 너무나 느린 속도에 결국 리더기를 가져와서 본체의 SD카드를 뽑아서……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다른 리뷰어들이 종종 이야기한 작은 용량의 내장 배터리는 일상생활을 담는 기준으로는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요즘 나에게 필요한 영상은 배경이 확 날아간 영상도 아니고 엄청난 화질이라 색감을 가지고 있는 영상도 아니다. 어떤 추억을 회상하기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화질과 약간의 컷 편집, 음악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영상 실력이 안 느는 거 같다.) 특히 아이들 모습을 담아야 하는 요즘 시기에 짐벌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인 거 같다.
적당한 화질에 사진 촬영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뛰어다니는 모습을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로 담아낼 수 있는 제품이다. 이제 내 아이가 커서 뛰어다닌다면? 적극 고려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