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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Jul 18. 2022

우리들만의 리그

암 요양병원

알아보고 입원한 곳이긴 하지만, 글쎄 아직 모든 게 낯설 뿐이다

고주파 온열치료를 하고 면역주사를 맞고 환자들이 자기 차례에 맞춰 분주했다.

열흘이 지났을까 이제 다리에 힘이 오르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익히고 다른 환자들을 따라 운동도 하며 날들을 보냈다

새로운 환자가 들어온 소식에 하나 둘 우리 방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나 때문만은 아닌 게 같은 방에 계시는 72세 할머니를 우대하여 늘 우리 방이 사랑방이 되곤 한다.

나를 기준으로 203호에 계시는 울산 이모님은 그림 그리는 것과 예쁜 옷을 좋아한다고 한다

머리에 쓰는 비니 하나도 허투루 고른 게 없이 이쁘다는 소리를 나오게 하고 심지어 이쁘게 입을 속옷을 못 보여줘서 아쉬워한다.

206호에 계시는 두 분의 아저씨는 호칭이 아주 재미있다, 58 개띠 아저씨와 판다 아저씨 두 분으로 58 개띠 아저씨는 말 그대로 58년 생이라 그렇고

판다 아저씨는 신고 있는 슬리퍼에 판다 그림이 앙증맞게 있어서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불리게

됐다.

그 옆 207호는 제네시스 아저씨로 일과 치료를 병행해야 해서 일주일에 3일은 일을 하고 4일은 입원 치료를 받는다

가장 미스터리한 208호는 반상회 반장쯤 되는 말 많은 세분의 아주머니가 계시는데 목소리만으로 금세 그 방 사람임을 알게 한다.

나를 살뜰히 챙겨준 언니는 209호 범어 언니와

포항 언니이다. 혼자 일까 봐 밥을 먹으러 갈 때도 꼭 우리 방을 들러서 챙겨나간다

어쩜 내 방 할머니 덕분이 크다.

202호는 밤낮이 바뀌어 그림을 그리는 원피스 아줌마, 201호는 젊은 울산 언니…

이렇게 2층 사람들이 암이라는 공통된 병을 가지고 서로를 위로하며 이해하며 함께 지내고 있다

우리들만의 이야기로 아주 오붓하고 기분이 좋다

203호 울산 언니는 요양병원에서 그렇게 잘되고 재미있던 이야기도 막상 대학병원을 나가면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함께 해주는 동생에게 끌리어 다니는 게 전부란다.

그러다 요양병원에 들어오는 차를 타면 눈이 초롱초롱하고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우리만의 리그가 시작이다

슬픔은 서로를 더욱 가깝게 하는 힘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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