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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Apr 20. 2023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이소라의 “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가 묵직하게 들린다

그러며……끄적그려본다


딱 1년이 되었다

2022년 4월 18일 첫 항암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꼬박 15차 항암 중이다

그럼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좀 익숙해질 만한데도 여전히 주삿바늘에 꿈틀꿈틀 겁이 나고 긴장되고 그 아픔은 더하면 더하지

덜하란 법이 없다

주사를 핑계로 눈물도 한바갇이 쏟아낸다

눈부신 햇살도 하얗게 피어난 이팝꽃도 밉다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못 먹을 불량식품 짜장면을 미친 듯이 흡입하며 눈물과 함께 후루룩 삼켰다

대학병원 앞이니 나 같은 환자를 한두 번 보겠냐 싶은 중국집 사장이 슬쩍 모른척해준다

훌쩍거리며 오기를 부리듯 한 그릇을 말끔히 비워냈다.

신랑이 알면 또 건수 잡아 잔소리 폭탄을 퍼붓겠지만

이젠 그 정도 요령은 있어서 절대 짜장면 먹었다는 소리는 입밖에 내지 않는다


이팝이 피는 때는 중간고사를 앞둔 입시생들과 미친 듯 전쟁을 치를 때다.

두 번의 시험만 잘 끝내고 전국 팔도의 꽃놀이는 다 다닐 듯 큰소리치고 7월 기말이 끝날 때까지

우려먹다가 실제 끝이 나면 까맞게 잊고 있는다

20년 가까지 입시과외를 하던 습성에 자연의

변화가 시험기간과 물려 이해하는 버릇을 일 년 만에 고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넌 긍정적이라 이겨낼 거야”

“정신력이 제일 중요해”

“넌 항상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생각이 몸을 바꾼다”

그래,

꽤나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는

나도 이렇게 무너지는 순간이 종종 온다

누구에게 표를 낼 수도 없고

그저 혼자 삭이는 걸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공포나 불안감에도

혼자 이겨내야 한다

아무도

아무것도

위로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제한적인 삶이 희망이 되기도 하다는 사실을

항암을 하면서 알게 됐다

50번, 100번이면 아니 1000번이면 끝난다고

누가 말이라도 해주면 열심을 내어 아픔도 참아가며 항암을 하겠구먼 4기 암환자는 그저……

살아있는 동안

죽을 때까지

항암을 한다는 이정표를 따른다

그게 얼마나 기력을 빼고

속상하게 하고

절박해지고

답답한 벽이 되는지

그저 우리만 알 뿐이다.


한참을 울다가 주섬주섬 요양병원에 입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싸워보자 항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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