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떠나는 지인 소식을 접할 때마다 루미의 시 ‘여인숙’이 떠오릅니다. 나이를 먹는 동안 쌓인 인연들도 기억에서 꺼내봅니다. 장편소설 한 권의 세월이 담긴 장면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추억을 만들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희로애락이 무엇인지 체험으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카메오처럼 사라진 사람,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몰랐던 사람, 한없이 다정하게 지내다 칼처럼 매정해진 사람, 끝까지 함께 가자고 먼저 약속하고 돌연 변심한 사람, 훗날 돌이켜보니 귀인이었던 사람. 시간이 약이라지만 용서하지 못한 사람. 삶이 보낸 인연들이 부대끼며 울고 웃는 파란만장한 날들은 누구도 결말을 알 수 없는 신비 속에 흘러가고 있습니다.
굴곡과 시련 속에도 평온한 여인숙처럼 마음을 보살피기 위해 할 일들을 머릿속 종이에 적어봅니다.
- 스트레스에 지친 자신을 더 들볶지 않기.
- 타인에 대한 걱정과 칭찬에 재빠른 정성을 떼어다 헐벗은 내 마음에 나눠주기.
- 갈등, 망설임, 고민으로 어지럽힌 마음을 돌보고 위로하는 나만의 하우스키퍼가 되기.
- 오랜 상처와 해묵은 감정 찌꺼기를 누군가 속시원히 치워주길 바라는 욕심부터 내려놓기.
제때 쓰레기를 비우고 먼지를 닦아 가지런한 마음은 만만찮은 세상살이에 위안의 쉼터가 되어줍니다. 마음이 온통 지옥이라 바깥을 헤매던 고단한 날들은 낯선 기억으로 멀어집니다. 기대를 버리고 사람을 대하는 만남이 늘어갈수록 세상은 나에게 귀한 인연의 네트웍이 되어 든든하게 받쳐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