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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케미걸 May 21. 2024

5월의 얼굴



축제의 시즌이자 연이은 기념일로 북적이는 5월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근로자의 날에 부부의 날까지 더해 모임과 행사로 분주한 달입니다. 기념일도 많고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그런지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과 추억도 다양한 요즘입니다.


어린이날 즈음 생각나는 어릴 적 기억들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해맑고 천진했던 얼굴들이 눈앞에 선해집니다. 그러다보면 불쾌한 기억도 불쑥 끼어듭니다. 잊었다고 생각한 얼굴과 음성이 세월을 지나 되살아납니다.


5월이면 곳곳에서 보게되는 카네이션은 가족과 가까운 이들에 대한 감사와 서운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누군가의 얼굴이 생각나서 한달 내내 전화기만 들여다봅니다. 석연치 못하게 흐지부지된 관계, 돌이킬 수 없게 어긋난 인연, 결국에는 후회만 남은 사이, 그리고 이젠 영영 볼 수 없게 된 사람의 표정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이제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당신의 진심을 받아들입니다



미루고 가슴에 쌓아둔 말들과 부담의 무게가 버거워 부산을 떠는 5월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실수와 껄끄러움과 오해를 만회하려는 작심으로 오랜만에 약속을 잡아봅니다. 좀 과하다 싶은 선물도 호기롭게 장만해서 전달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한다는 모토 아래 빈말과 억지웃음을 상대에게 전송하며 오는 말이 몇배는 더 곱기를 기대합니다.


‘아휴 그럼 그렇지, 만사 제치고 퍼주어봤자 다 쓸모없다니까!’ 진심 아닌 성급함으로 물심양면 안간힘을 다한 피로와 감정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은 이내 쓰러지고 맙니다. 무리해서 갖다바친 선물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격한 친절은 지난 실수와 껄끄러움과 오해를 전체 삭제하기는커녕 부풀려놓고 말았습니다.


기념일과 챙겨야 될 일들로 정신이 어지러운 내 얼굴은 요즘 어떤 모습인가요. 방전된 체력과 관심 부족으로 허탈해보이나요. 충분한 휴식과 돌봄으로 편안한 눈빛인가요. 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그 얼굴이 거울에서 평안히 마주보며 나를 응원하는 5월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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