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하루 전날
지난 브런치에 글을 쓰고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사이 나의 수술날짜는 10월 4일에서 8월 21일로 당겨졌고, 회사는 4개월 무급휴가가 결정 났으며, 나는 이제 내일 수술을 위한 입원을 한다. 수술 날짜가 너무 멀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당겨졌다. 왼쪽 가슴 전절제 후에 동시복원 수술이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 수술이 클 것 같다. 그만큼 회복의 시간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복원 수술도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나 결국에는 보형물로 하기로 했다. 뭐 답이 정해져 있는 선택지였을 것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무수히 많은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었다. 보형물로 복원할지 자가 지방으로 복원할지, 자가 지방으로 복원한다면 배의 지방으로 할지 등의 지방으로 할지.. 회사는 바로 퇴사를 할지 장기 무급 휴가를 해야 할지 등등 너무나도 많은 선택으로 인해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더 내 병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8월 15일 마지막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집으로 돌아와 드디어 나와의 시간을 천천히 가지게 되었다. 세끼 잘 차려먹기도 하고 입원을 위한 짐을 싸기도 하고 청소도 구석구석해두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잠시나마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가장 많은 시간은 릴스가 가져가버리긴 했다.
이제 내일이면 입원을 한다. 요즘은 병실에서 환자를 돌봐줄 전공의가 없어 입원은 2박 3일 컷이라고 한다. 원래 나와 같은 수술이면 2주 입원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은 일주일 예약을 했고, 추가로 일주일 정도 더 있을 생각이다.
갑자기 쉬게 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과 온 집안에 있는 제습제도 다 교체했다. 세종은 지역난방이라 여름 장마철에 개별로 보일러를 틀 수 없다. (물론 관리가 잘되는 아파트는 간헐적으로 해주지 않을까? 일단 우리 아파트는 아니다.) 그래서 온 집안에 있는 거의 30개가 되는 제습제들이 6개월을 못 버틴다. 특히 여름에는 더!! 제습제를 다 교체하고, 거실과 안방 화장실 청소까지 마쳤으니 이제 청소기만 돌리면 청소는 다 된 것 같다.
짐도 얼추 쌌고, 쓰레기 정리하고 나서 드라이 샴푸 사러 올리브영만 다녀오면 이제 입원 전 집안일은 다 끝난 것 같다. 남편이 오랜 자취경력으로 집안일을 굉장히 잘하는데, 아직 이 집의 리더는 나인 것 같다. 그나저나 나의 투병 생활동안 난 뭘 해야 할까? 일단은 브런치 글을 좀 더 자주 올리고, 가끔 실험실에서 실험 연락이 올 테니 그거 처리하고, 그동안 밀린 경제 강의 보면서 공부하고, 고등학교 수학문제 다시 풀고 싶어서 꺼내 두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슬기로운 투병생활 될까? 좀 더 알찬 걸 해야 하지 않을까 또 조바심이 난다. 일단은 수술 잘 받고, 내 미래는 천천히 생각해 보자!
입원 전날 하고 싶은 말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이제 잘 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