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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hyun Jul 09. 2016

"매일 같은 듯 다르게"

2016년 7월 8일 (Day + 47)

<CDT(5,000km 미국 종단) day +47>

드디어

걷기 시작한 지 40일째 되던 날,

뉴멕시코 구간이 끝이 났다.


뉴멕시코 구간은 정말 건조했다.

그림자를 찾기 힘든 날이 대부분이었고,

몇 마일 앞에 물이 남아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매일이 걱정이었다.

가시를 피해 요리조리 피해 걸어도

어느새 신발, 양말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박혀있는 가시들을 정말 싫어했다.

그림자 없는 사막을 걸을 때에는 그림자가 많은 숲을 걷고 싶어 했다.

그런데 막상 숲을 걸으려 하니 사막의 노을이 그리워졌다.

뉴멕시코를 다 걷고 난 지금, 오후 6시 이후 해지는 사막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40일째 되던 날,

뉴멕시코를 다 걷고 Chama라는 마을에서 4박 5일을 쉬었다.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Independence day로 우체국이 휴무였다. 택배를 보내야 해서 화요일 오전에 출발하게 됐다.)

영화같은 마을 Chama

4분의 1을 지나온 뒤 긴 휴식을 가지며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걸으면서 달라진 건 뭘까?"

"내가 걷기 전, 다짐했던 것들을 잘 하고 있나?"

"다 걸은 다음에는 또 뭐가 달라져 있을까?"

Chama에서 Zero days


투명한 호수 & 파랑하늘 in Colorado

콜로라도를 걷기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이다.


나는 그냥 잘 걷고있다.

가끔은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서 매일 매일이 같은 것처럼 걷고,

또 매일매일 새로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하며 걷는다.

그리고 그게 가장 나다운 것 같다.

'뉴멕시코와 콜로라도라지만 바로 붙어있는 곳인데, 많이 다르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콜로라도를 걷기 시작하자마자 찬 공기가 느껴졌고,

하루 만에 경량 패딩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어제는 눈길을 몇 번 건넌 뒤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계속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다가

순간 너무 숨이 차고 힘들어서 주저앉아버렸다.

눈물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을 만큼 힘이 들어서 나오는 눈물보다는

방어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생각해보면

나는 지치지 않으려고 항상 방어를 해왔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방식이 싫지는 않다.

금방 지쳐버리기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오래, 계속 즐기면서 하고 싶다.

어떤 일이든 자연스럽게 하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다.

.

내 트레일 네임은 Turtle이다.

내 트레일 네임이 참 마음에 든다.

느릴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걷고 싶다. 어떤 일을 하든지!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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