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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준 Oct 27. 2023

미국 은행 디지털 경쟁력이  높은 이유

최근 카이스트 여의도 디지털금융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은행, 카드,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대 데이터 기반 고객 분석에 대한 사례와 방법들을 제시했다. 지난 4년동안 5대 은행 지점은 20%, 8년간 ATM 기계는 41%가 감소했다. 반면 지난 2년동안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은 10배 증가했다. 이 중 60%가 기존은행에서 갈아탄 대환대출이었다. 은행의 핵심 경쟁력이 지점수에서 온라인 고객 경험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 대표적인 은행들과 미국 은행들의 구글 플레이 모바일 앱 리뷰 점수를 비교해보니 5점 만점에 한국은 평균 3.5점 미국은 4.7점이었다.

미국은행들은 1점이 거의 없는 반면 한국 은행들은 20~30%의 고객들이 1점을 줬다. 수업하면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학생들과 논의했다. 내가 놀란 것은 금융권에서 고객 분석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에 쫓겨 외주업체를 통해 웹앱을 개발하다보니 기본적인 설문 조사나 웹행동 분석등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점을 어려워 하는지 물어보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 규제나 지침이 바뀌면 앱 업데이트를 할 뿐 고객만족도나 디지털 경쟁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 지 고민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한다. 미국은 고객만족도 조사를 너무 맹신하여 이를 직원 보너스, 신규 상품 투자 결정, 최고경영자 보수 책정까지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 미국이 모바일 앱 점수가 높은 것은 고객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는 고객 피드백이 정착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공급자 위주로 외부업체가 급하게 만들다 보니 리뷰 점수가 낮은 것이다.

미국 금융 모바일앱 리뷰 비교

한국 금융권에서 AI를 활용한 초개인화에 관심이 많다. 작년 맥킨지에서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AI를 활용해서 마케팅 캠페인에 재대로 활용한 은행은 8%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이유 중 첫번째로 꼽은 것이 고객 데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되고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진 AI를 써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점이 불편한 지 물어보지 않는데 최신 딥러닝을 쓴다고 성과가 좋아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두번째 이유는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목표 설정에 있었다. 장기적인 고객 가치를 증가시키고 고객의 경험을 끌어올릴 방안을 연구하기보다 당장 이번주 다음달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신청수, 계좌수 증가를 목표로 하기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실적 기준으로 쿠팡이 이마트보다 처음으로 매출을 앞질렀다. 이마트는 1000억 적자인 반면 쿠팡은 2,000억 가까운 흑자다. 기업가치가 쿠팡은 45조원인데 비해 이마트는 2조원에 불과했다. 한국 온라인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온라인 규모가 오프라인을 넘어선다고 한다. 금융권도 디지털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앞으로 대형마트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미국 씨티은행 고객 만족도 설문 사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고객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객 만족도 조사를 모바일앱, 웹싸이트, 이메일, 카카오톡, 문자 메세지를 자동으로 보내고 수집하는 것을 자동화시켜 지속적으로 고객 경험 지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고객이 고객 등록, 계좌 개설, 송금하는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느지 고객 여정별 만족도 지수와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고객 의견을 분석해서 1점을 받는 핵심 문제들을 해결해야 고객 경험을 향상 시킬 수 있다. 디지털이 대세가 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고객 행동 분석만 하고 경험 분석은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객 만족도 설문이 너무 길고 답하기 불편하여 고객들이 답변을 잘 하지 않는다. 또 기업입장에서 고객들이 답을 잘 안하니 보내지도 않는다. 미국도 20년에 비슷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1~2 문항의 고객 순추천지수 NPS 설문이 보편화되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쉽고 짧은 설문으로 고객 경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고객들도 1-2초면 응답할 수 있고, 낮은 점수를 주면 고객 서비스에서 연락이 와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물어보고 해결해주기 때문에 응답률도 높아졌다.


다음으로 계좌개설수 같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 장기적인 성과를 위한 고객 행동 지표 (리텐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고객 리텐션(고객유지)을 측정하고 웹과 앱 사용시 어떤 지점에서 고객들이 이탈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고객 행동과 고객 경험 지표 (만족도)를 서로 연동해서 분석해야 한다. 고객 웹행동을 아무리 분석해도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비행기 사고가 나면 그 직전 운행기록이 저장된 블랙박스를 분석하듯이 고객 만족도가 낮은 점수를 받았으면 그 때 왜 이런 행동을 했는 지 그 이전의 행동을 살펴보고 왜 그런 점수를 주었는지 서술식 문항 답변을 분석해야 한다. 미국 기업들은 웹과 앱에서 고객들이 어떻게 마우스를 움직이고 어느 버튼을 클릭하는지 기록하는 스크린 녹화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필자의 웹서비스에서 만족도 0점을 준 인도 고객이 있어 이 고객 스크린 녹화 기록을 살펴보았다. 고객 지원 채팅 버튼을 눌렀는데 아무 내용이 없는 채팅창만 떠 있었다. 우연히 그 시점에 고객만족도 조사 설문창이 뜨니 0점을 준 것이었다. 그래서 고객 지원 채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사에 연락해서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이와 같이 고객 행동과 고객 경험 데이터를 연동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스크린 녹화 서비스로 낮은 고객 만족도 원인 파악 사례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은 고객의 문제 해결에 있다. 애플 맥북을 쓰는 필자는 세금보고할 때마다 하루 이틀을 꼬박 공인인증서 갱신하고 거래내역 다운받아 정리하는데 쓴다. 보안 인증 다운받아도 계속 뭘 깔라고 하며 아애 접속이 안된다. 은행 고객 지원센터에 문의하니 그것은 보안 모듈 개발한 협력사에 연락하라고 한다. 아직도 맥 유저들이 사용 가능한 증권 웹싸이트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금융웹싸이트 접속을 위해 윈도우 컴퓨터를 따로 사야 하나 고민이다. 이렇게 고객 불만이 가득한 온라인 웹싸이트 모바일 앱을 방치하다가는 주도권을 테크 기업들에게 다 빼앗길 지 모른다. 디지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금융권은 고객들의 디지털 환경에서 불편한 점을 지속적으로 물어보고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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