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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순직은 맞지만 위험한 일은 아니다?"

고 이윤봉 소방위, 2023년 장호항 인근에서 수중정화활동 작업 중 사망

by 이영일
KakaoTalk_20251207_223952692_04.jpg ▲ 삼척소방서 소속 구조대 팀장이었던 이윤봉 소방위는 지난 2023년 5월 15일 오전 강원도 장호항 인근 바다에서 구조대 팀원들과 함께 수중 자연정화활동을 하던 중 순직했다.


소방관이 수중 자연정화활동에 투입된 것을 사고를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그저 체육행사의 일환으로 봐야 할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 강원소방지부는 8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고(故) 이윤봉 소방위의 위험직무순직 여부가 재심을 앞두고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윤봉 삼척소방서 소속 소방위, 수중 자연정화활동중 사망...인사혁신처 "순직은 맞지만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지급은 어렵다"


<한국NGO신문> 취재에 따르면 삼척소방서 소속 구조대 팀장이었던 이윤봉 소방위는 지난 2023년 5월 15일 오전 11시 18분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항 인근 바다에서 구조대 팀원들과 함께 부서별 직장체육행사 명목의 수중 자연정화활동을 하던 중 물 속에서 정신을 잃자 급히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상황속에서도 유가족은 강원소방본부의 동의를 얻고 전공노 소방본부 강원소방지부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3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순직과 위험직무순직 인정을 요청했다.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되면 일반 순직과 달리 공무원연금에서 나오는 유족연금과 유족보상금이 더 커지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돼 보훈연금도 받을 수 있다.


220093_221543_3328.jpg ▲위험직무 순직 시 법률상 보상체계. 순직 소방관 추모관


하지만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지난해 9월 1일, ‘이 소방위의 순직은 순직이 맞는데 이 소방위가 참여했던 수중 자연정화활동이 인명구조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체육행사에 참여한 것이라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채 직무를 수행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현장 대원들은 "정식 훈련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정화활동 시간을 활용해 구조훈련을 이어왔다"며 명칭만 정화활동이지 사실상 분명한 수난구조훈련이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고중량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저시야·저수온의 해역에서 침적물을 제거하고 수중을 탐색하는 과정이 실기 중심의 분명한 훈련이라는 주장이다.


이 소방위 유가족, 지난해 12월 4일 공무원연금공단에 위험직무순직 인정 재심 청구


유가족과 전공노 강원소방지부는 이같은 이유로 인사혁신처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4일 공무원연금공단에 위험직무순직 인정 재심을 청구했다. 당초 예상으로는 올해 2~3월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계속 미뤄지며 해를 넘어갈 수도 있다.


현재 고인인 이 소방위는 지난 6월 6일 제70회 현충일에 충남 천안 중앙소방학교 소방충혼탑에 위패가 봉안된 상태다. 반면 인사혁신처가 순직은 인정하면서도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하고 재심 결과도 늦어지면서 고인의 부인은 대장암 진단을 받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0093_221544_348.jpg ▲고 이윤봉 소방위는 지난 6월 6일 제70회 현충일에 충남 천안 중앙소방학교 소방충혼탑에 위패가 봉안된 상태다. 순직 소방관 추모관


전공노 소방본부 강원소방지부는 "정화라는 명칭 하나가 수중작업이 가진 고위험성을 희석시켰고 결국 이 소방위의 죽음이 체육행사 중 발생한 사고라는 좁은 범주로 분류됐다"며 억울함을 표명했다.


잠수장비를 착용한 채 수온·수심·시야가 불안정한 바다에서 작업한 상황이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규정하는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에 정확히 해당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현장의 실태와 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다수의 현장 소방관들은 이 소방위의 재심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보상 여부를 떠나 향후 수중정화 활동과 수난구조 준비훈련 등 다양한 현장 업무가 어디까지 ‘위험직무’로 인정받을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 속에서 시민을 지켜온 한 가정의 가장이 훈련 중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그 죽음이 ‘체육행사 사고’라니 유가족들도 황망하고 억울하긴 마찬가지 상태다.


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감수한 위험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의 헌신이 마땅한 명예를 되찾는 일은 국가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현장 소방관들의 주장에 국가는 어떻게 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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