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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ug 01. 2016

방학을 맞아 떠나는 후배에게

청춘여행소, 열여덟 번째 이야기


현상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5&aid=0000878057&sid1=001


 여행마저 스펙이 되어버린 시대가 되었다. 친구가 방학을 맞아 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러운데 그것이 스펙이 된다니!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과 형편이 되지 못하는 대학생들, 취준생들의 입장에선 억울하고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러나 이들이 여행에서 만들어오는 이야기들은 대게 비슷하다. 용기와 도전, 그리고 여행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현명한 대처 등. 물론 이 모든 것이 중요한 가치임에 분명하지만 실제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천편일률적인 여행으로부터 만들어진 천편일률적인 자소서 여행 이야기이기에 그 진정성을 잃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얻어왔다고 하는 가치를 포장하고 있는 무용담은 '여행에서만 가능했던' 휘발성 강한 스펙일지도 모르겠다.


본질

후배가 물었다. 그럼 도대체 여행을 통해 뭘 얻어와야 하는 거냐고. 무언가를 얻으려 가는 여행이 아니고 그냥 떠난다는 그 자체가 너무도 좋은데 무언가를 얻어오려 노력하면 더 못 즐기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지극히 맞는 말이기에 한참을 고민했다.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면 여행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무작정 노력하는 것보단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내가 가만히 있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비결은 여행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태도 즉, 마음에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내가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열린 생각이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변화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고, 나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잘하려고 하면 욕심이 생기고 불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여행을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즐기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여행에서 무엇가를 얻어야만 한다는 편견을 갖거나 그 반대로 여행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양 극단의 편견을 버리고 여행의 매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여행에 대한 이런 '편견'을 벗어버리고 여행을 하게 되면 모든 가능성 위에 신기한 경험들이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관점

여행자는 자신의 편견을 가지고 길을 떠난다. 
어떤 편견은 증명되어 진리가 되고, 
어떤 편견은 수정되어 새로운 편견이 된다.
스쳐가는 여행자들의 등장은, 
집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태도 혹은 다른 방면의 편견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의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은,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낸다.
(여행자:21세기 여행 사랑법, 후칭팡)

 필리핀 세부와 보라카이를 다녀오기 전 나는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고 일에 대해 욕심 없어 보이는 그들을 보며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놀고 싶으면 노는 듯한 그들의 삶이 행복해 보이긴 했지만 이러한 게으름이 가난의 원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 나의 편견을 깨준 것은 보라카이 가이드로부터 들었던 말이었다. 필리핀의 역사와 정치를 설명해주시면서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때 상황과 미국의 원조를 받아 경제 1위가 되었지만 '제조업'의 금지로 인해 필리핀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개인의 노력에 상관없이 필리핀 나라의 정치와 역사적인 배경이 그들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나의 논리로, 잣대로 그들을 평가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후배에게 말했다. 

"이렇듯 여행을 통해 너는 네가 가지고 있는 여행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삶에 대한, 세상에 대한 편견이 깨질 거야. 그런데 네가 이번 여행을 통해 꼭 깨야할 단 한 가지의 편견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에 대한 편견일 거라 생각해."


아이디어

 여행을 통해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알고, 문화를 알고, 경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의 때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가, 인종, 성별, 나이, 전공, 조건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린 다양한 삶을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직업도 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할, 앞으로도 겪어볼 수 없는 삶의 이야기들도 있다. 이런 다양한 삶 속에서 우리는 그들이 '다양한 삶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행복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결혼...

사회가 만들어 놓은 행복의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이 없는 우리들은 낙오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행복을 포기하며 그 기준에 우리를 맞추려 노력한다. 이렇게 획일적으로 행복에 대한 루트가 정해져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러한 행복의 편견이 깨지는 때가 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도 물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내가 후배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었다.


이러한 작은 편견의 깨짐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각도를 0.1 혹은 0.00001도 비뚤어지게 만들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방향을 알고 계속 나아간다면 그 각도는 후에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행복의 기준선에서 멀어지지만 결코 두렵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와 행복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작은 변화의 시작을 얻어올 수 있는 여행.

" 이번 방학에 꼭 하고 돌아오길 바래. "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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