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il Aug 17. 2020

우정

그때 그 마음

 고등학교 때, 내 삶은 친구가 전부였다. 하루 종일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쌓았다. 나보다 친구가 먼저였던 시절이었다. 나도 몰랐던 인간관계에서의 피로감 때문인지, 대학에 와서는 좀처럼 깊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점점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의 기준이 까다롭고 예민해졌다. 오랜 시간 동안 촘촘한 체에 사람들을 밭쳐, 진짜 친구들만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삶이 점점 달라졌다. 각자 다른 목표와 직업을. 그리고 서로에게 투자하는 시간, 물리적인 양 자체도 달라졌다. 매일을 공유했던 우리들은 가끔 만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서로 알지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들이 많아서 때로는 슬프기도 했다. 연예인이나 TV 프로그램 이야기, 그 누구와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울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정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작아졌다. '나'도 중요해졌고 가족이나 일, 그리고 결혼에 밀리기도 하겠지. 언제나 철없이 자습을 째고 진솔한 수다를 떨던 우리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재잘거리던 우리들의 모습을 붙잡아두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변화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각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니까. 그리고 가끔 꺼내어볼 수 있는 '과거'의 추억이 '현재'의 우리를 지지하는 튼튼한 대전제로 기능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변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오늘 내 삶에 충실하게 된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때 우리들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도 100%의 마음이 오래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을 잇고 있는 선이 때로는 희미하게 느껴질지라도, 서로를 생각했을 때의 마음만큼은 그때 그대로 선명했으면.  


 그리고 우정의 영원함과 진실함도 많은 이들에게 조금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상복(喪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