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만큼, 다투게 되는
어제부터 아빠와 냉전에 들어갔다. 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냉전이다. 이틀이 지난 지금, 아빠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 마음은 풀렸지만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싸울 당시에는 매우 심각했고, 언성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빠, 엄마, 나 이렇게 세 가족이 모여사는 우리 집에서 작은 다툼이 없는 날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고운 말, 예쁜 말을 건네기보다는 가감 없고, 솔직하다. 주로 디스가 섞인 유머, 장난이 많다. 요약하자면 아빠, 엄마, 나의 관계는 알콩달콩한 부부 사이, 엄격한 부모와 자식 관계이기보다는 친구 같다.
요약하자면, 우리 집의 역학관계는 1:1:1로 3국의 형세를 보인다. 싸움의 형태가 다양하고, 누가 누구와 편이 될지 쉽게 예상할 수가 없다. (역동적이다.) 그렇지만 주로 지는 사람은 아빠, 이기는 사람은 나다.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아빠에게 잔소리가 많아진다. 엄마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하고, 젊은 세대인 나의 입장에서 말해주고 싶은 것들도 많고. 그래서 특히 아빠와의 다툼이 잦아진다. 물론 내가 이렇게 쉽게 아빠와의 일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투닥거림 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심각한 일이었다면, 이 글을 쓰고 있을 힘 혹은 생각조차 나지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잠깐의 투닥거림 동안에는 마음이 아프다.
나는 친구 같은 우리 아빠를 정말 사랑한다. 아빠는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이고, 성인이 된 나를 아직도 '아가'라고 부르며 무한정한 애정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 아빠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남이었다면 화가 나지 않을 일도, '아빠니까' 화가 난다. 우리 집도 동화 속에 나오는 오손도손한 가족, 드라마의 품격 있는 가족이 될 수는 없을까. 사랑하는 아빠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아무리 큰 싸움이 아니더라도 모진 말을 하게 만드는 아빠도, 모진 말을 하고 있는 나도 밉다.
마음이 풀리고 보니, 이런 투닥거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울 것 같았다. 가까이 있으니까, 서로를 그만큼 신경 쓸 시간과 애정이 있으니까, 이렇게 투닥거릴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화목'이 꼭 평화롭고, 우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우리 나름의 '화목'을 추구하면 되는 거겠지. 우리 집의 '화목'은 싸우고, 울고, 그러다가 다시 웃고, 변동폭이 큰 사이클로 만들어지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 집이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할 화목의 일부이자, 먼 훗날 분명 이마저도 그리울 투닥거림을 한번 적어본다.
내일쯤, 냉전을 해소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