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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Aug 24. 2020

나에게 쓰는 편지 - 신해철

노래

  내 음악 취향은 정말 넓고 얕다. 힙합도 좋아하고, 팝도 좋아하고, 아이돌 노래도 좋아하고, 옛날 노래도 좋아한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신해철의 노래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대에게'라는 노래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몇 개의 노래들이 생긴 것은 복면가왕에서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노래를 듣고 나서였다. '엇 이거 너무 내가 꿈꾸는 사랑의 모습인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쳤다. 서로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그 안의 즐거운 순간을 공유하는 사랑. 일상 속 작은 기쁨으로부터 큰 행복을 느끼는 나로서는, 이보다 로맨틱한 노래는 없었다. '초대'라는 말을 붙여 '일상'을 '파티'처럼 특별한 이벤트로 격상시켜 준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정말 '일상'은 '파티'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소중하고 특별하니까.


  이처럼 신해철 아저씨의 노래를 들을 때면, 가사 하나하나가 와 닿는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자신의 진심을 내뱉는 가사들이 좋다. 그리고 나의 가치관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가사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일상으로의 초대', '나에게 쓰는 편지' 모두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은 고백하듯 읊조리는 특유의 랩(?) 부분이다. 노래보다는, 문학 같다.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달까.

처음에는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랩 부분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호의 불꽃같던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대부분의 노래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단어들이었다. 고흐, 니체,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라니?? 그런데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단어는 없었을 것 같다. 나도 어렵게 어렵게 읽은 피터싱어의 실천윤리학에서 크게 머리를 때렸던 말이 생각났다. '무인도에서 돈의 가치는 없어지지만 행복은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노래 가사를 보아하니, 신해철 아저씨는 분명 철학 공부도 깊게 했을 것 같다.)


 노래 가사 그대로, 한 살 한 살 먹으면 먹을수록,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가고, 내 마음도 조급해진다. 나만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아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는 요즘, 이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내 안의 생각들을 되새긴다. 노래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동시에 받는다.


 신해철 아저씨는 '남', '그들'보다는 '나', '우리'를, '크고 화려한 것들'보다는 '작고 소박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자신의 내면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깊이 고민해보고, 그 안의 나침반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엄마는 신해철 노래 playlist를 들으면서, 항상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녀는 특히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같은 슬픈 사랑 노래에 크게 몰입한다.) 나도 정말 아쉬웠다, 이렇게 멋진 노래와 사람을 늦게 알게 된 것이.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동시대를 조금만 더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더라면, 싶다. 그래도 그의 노래가 세상에 남아,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좋은 노래와 멋지고 건강한 생각들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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