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분위기도, 얼굴도, 옷도, 그냥 모든 게 아름다운 여주인공이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같으면서도,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꽃 같기도 한 여주인공이었다. 말하는 것도,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다 아름다웠다.
누구보다 독립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랑받고 싶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말도 좋았다.
신이란 게 있다면, 너와 나 우리 사이에 존재할 것이라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나누려는 노력이 마법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도 좋았다.
링링링!! 수화기를 들어 친구와 통화하는 시늉을 하는 그녀의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hey dude라고 할 때, 셀린은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진심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전하는 그녀의 대화 방법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설렘, 그리고 엄청난 대화, 모든 게 가능한 이상적인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과연 제한된 시간 때문일까
처음에는 나도 제시와 셀린이 이렇게 사랑에 빠진 이유가 그들이 말하듯,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게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우연히 기차를 타고 가다가 만난 남자, 여자가 한눈에 반해서 같이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는, '낭만'이라는 가루가 아낌없이 뿌려진 스토리.
이 모든 것이 그냥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만남이었다면, 그리고 제약이 없었다면 간절하고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가 뜨고, 현실로 돌아가게 되면 특별함은 온데간데없고, 일상 속 지루함만 남게 되겠지.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한된 시간만이 그들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요인은 아닌 것 같았다.
같은 상황에 어떤 두 사람이 놓인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제시와 셀린이었기 때문에, 해가 뜨기 직전까지 짧지만 잊지 못할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하루더라도, 이렇게 농도가 진한 하루를 보낸 두 사람이 서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설사 가능하더라도, 절대 이만큼 짙은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추억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도, 현재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한여름밤의 꿈, 한낱 이야깃거리처럼 남기고 싶지 않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선상의 레스토랑에서 다음을 기약하지 않겠다고 하는 그들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무책임하게 오늘 하루 놀자'와는 전혀 달랐다. 정말 사랑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아껴 쓰게 되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헤어짐 앞에서 이들이 다음을 기약하는 것은, '오늘'이 훼손될까봐 나중을 기약하지 않기로 한 마음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끼고 아끼다가, 불현듯, 정말 사랑한다면 아끼지 말고 옆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6개월 후, 이 승강장에서 만나자는 모호한 듯 구체적인 약속은, 두 주인공이 잠에 빠져들며 보이는 옅지만 환한 미소와 같이 완벽한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