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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Aug 19. 2021

#6. 페루, 마추 픽추와 쿠스코

페루에서의 마지막 날 : 마추 픽추에서 쿠스코로

# 투어는 계속되고 : 마추 픽추에서 쿠스코로


마추 픽추는 생각보다 넓었다. 오랫동안 도시를 만들며 살아왔던 '도시'라니, 역시 그렇다. 눈에 띄는 곳만 둘러봐도 한참인데, 태양의 문이라는 'sun gate'라는 곳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코스를 중심으로 찬찬히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새벽의 기적, 쨍쨍한 마추 픽추의 '정면상'을 마주하고 나니, 이후의 관광이야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근처의 이곳저곳 스폿을 돌며 한~두 시간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점차 입장하는 관광객이 늘어가면서 유적에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하고 있었다. 9시가 되었고, 준비한 간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잉카 트레일 멤버들과 약속한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이제 정식 관광이 시작된다 :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 '주요 유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투어는 꽤 집중력이 필요해, 1~2장소를 거치고 나면 바로 딴청을 피우기 일쑤다. 선생이란 사람이 이 정도인데, 우리 아가들 체험학습을 한답시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ㅎ 예전 남중생들, 미술관에 풀어놓았더니 5분 안에 갤러리를 질주하고는, 모든 미션을 끝냈다고 의기양양 자유시간을 요구하던 녀석들이 생각나네, 미안해 아가들. 

마지막, 그룹투어의 가이드님과 함께
잉카의 흔적 사이에 핀 이름 모를 꽃


가이드님께서 땡볕에 열심히 설명하실 때, 이름모를 꽃 사진을 찍느라 바빴네.  오전의 가이드를 마치고, 드디어 멤버들과 빠이빠이. 이제 다시 또 혼자 남았다. 점심으로 요기를 하고 고개 넘어 '마추픽추 산' 꼭대기 'sun -gate'에 올랐다. 왕복 2시간 정도 소요. 조금 더 체력이 있었다면 조금 작은 봉우리 와이나 픽추(wayna picchu-젊은 봉우리)에서 보는 마추 픽추(늙은 봉우리)도 멋졌을 텐데. 어느덧 오후가 되었고, 돌아갈 기차 시간을 체크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마추 픽추를 조망한 이 곳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견해. 

태양의 문, 꼭대기에 위치한 일종의 상징물이다.

정교하게 만든 돌기, 그리고 물길, 집터. 그 사이에 살았던 사람들, 모두 안녕




다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을로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계곡을 내려와, 숙소에 맡겨두었던 짐을 챙겨 쿠스코로 향했다. 여기에 오를 땐, 2박3일의 액션영화급의 잉카트레일을 따랐으나, 쿠스코로돌아오는 길은 기찻길을 택했다. 가장 비싼 옵션이지만 그간의 트래킹과 산행으로 지친 몸이었기에. 2박3일 코스를 설계할 때 미리 중간 기착지인 오아이안 땀보라는 곳까지 "잉카 레일"이라는 (관광객용) 기차의 편도 티켓을 끊어놓았고, 이후쿠스코까지는 여행사가 모집해준 사설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기차는 꽤 클래식! 한 스타일. 오랜만에 푹신한 현대식 의자에서 쉬게 되었다. 기차가 출발하려 할 때쯤. 승무원이 다가와 가족끼리 함께 앉고 싶어 한다고 좌석을 바꿔 줄 수 있겠냐고 친절하게 묻는다. 

why not~. 

너무도 당연한 요청이라, 흔쾌히 바꿔주었더니, 이 별 것 아닌 행위에 감사의 인사로 초콜릿 선물을 안겨준다.

아구아스 칼리엔텟 마을의 기차역입니다.
내릴 때쯤 승무원이 조용히 다가와 안겨주던 잉카레일표 초컬릿


오아이안 땀보 - 관광객들만 이 잉카 레일을 이용한다. 비싸거든.



숙소 앞마당, 평안한 조식
크리스마스 시즌, 쿠스코에서 열린 무척 큰 수공예 페스티벌, 그리고 고산병으로 어지러웠던 크리스마스의 기억

오아이안 땀보, 작은 도시에서 우여곡절끝에 버스 기사를 만났고, 몇 시간 만에 다시 쿠스코로 돌아왔다. 이제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집에 돌아온 것 마냥 반갑고 편하고, 정겹다. 그동안 고생하던 고산증도 싹 가셨는데, 이제야 쿠스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로 떠나야 할 몸. 아쉬움이 한껏 남은 쿠스코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사에 맡겨두었던 메인 배낭을 찾아 다음 도시로, 볼리비아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몇 sol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었다. 평소 이런 행위를 잘 안하지만,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서

쿠스코에서 데려온, 15 솔짜리 라마 인형과 30 솔짜리 노트북 파우치! 
안녕, 쿠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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