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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squeen Oct 23. 2022

마지막 강의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지막 강의>



여러분,


살다 보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닥치는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분명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힘으로 

어떻게   없는 그런 상황들...


과거에는 그런 상황에서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의도한 상황이 아니고,  힘으로 

바꿀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덤덤하게 현실과 마주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아요.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고, 주저 않고 싶고.


내가 그랬어요.


국회에서 내근을 하면서 대통령 해외 순방과 관련해 여야 종합 반응을 보도했을 뿐인데, 대통령

순방 발언 논란 최초 보도자로 좌표 찍혀서 사이버 공격을 받고 결국 출입처(국민의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또 이렇게 갑자기

강의를 마쳐야 하는 상황까지 왔네요.


'출입처를 바꿀까?', '휴직을 할까?', '기자를 

그만둘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러면  안에 상처가 오래 남을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현실과 마주하자.

내가 잘못한 게 없다면, 당당하게 마주하자.


여러분들이 기자가 됐을 , 저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의도치 않게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면,  기억하세요.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하세요.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세요.


기자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 편한 길이 아닌 힘들고 고된 길이라 

할지라도 피하지 말고,  이겨내세요.


제가 이번에  일을 겪으면서 내린 결론은

 '다행이다'입니다.

그날 원래 국회 내근 당직은 민주당을 출입하는

 후배였습니다.

후배가 휴가를 가게 되어서 제가 대신 근무를 

바꿔서 섰고, 정오뉴스에 종합 리포트를  것인데요.

만약 후배가  일을 겪었다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있겠다 싶더라고요.

16년 넘게 기자 생활하고 있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후배 기자였다면 감당이 됐을까?

모두 감당할만하니까, 나에게 이런 일이 닥쳤구나..

저는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차라리 내가 겪게 

  다행이다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 상황을 내가 마주하고, 극복해야. 그래야 앞으로 기자생활을 하면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비록 수업을 통해 만날 수는 없지만

언젠가 여러분이 기자가 되어서 현장에서 만난다면, 그때 반갑게 인사해요.

그때까지 저도 발로 뛰며 열심히 일하고 있을게요.




'나비효과'였을까?


이번 일을 계기로 3년 가까이 '미래의 기자 후배들'과 함께 했던 강의도 하차하게 됐다.

'선생님', '교수님'  다양한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는 학생들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친구들을 통해  많은 것을 

돌아보고 배웠던 시간들이었다.


3 가까이 수업하면서 20 넘는 제자들이 

언론사 최종에 합격해 기자 생활을 하고 있고,

스승의 날이나 현장 기사를 보고 가끔 연락이 

 때면 보람됐다. 심지어 같은 출입처에서 만난 

제자들도 있다.


이젠 '스승과 제자'아닌 '선배와 후배' 지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게 나도 그들과 함께 

성장할  있었던 시간이었다.


많이 아쉽고, 많이 아팠지만,  힘으로 어떻게 

  없을   앞에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또 오늘을 살아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렇게   걸음 

앞으로 나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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